로사리오, kt전 3타수 무안타에 대타 교체
경기 전부터 두통 호소, 정상 컨디션 아냐
"괜찮아? 빨리 가서 쉬라고 해".

지난 14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한화 김태균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 때문이었다. 로사리오는 경기 시작 1시간여를 남겨놓고 통역과 함께 휴식을 취하기 위해 구단 버스로 이동했다. 때마침 로사리오와 마주친 김태균이 몸 상태를 물어보며 걱정했다. 평소 김태균과 수시로 장난치던 로사리오였지만 이날은 안색이 몹시 안 좋았다.
사실 이날 로사리오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경기 전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최근 타격감이 좋은 로사리오를 무작정 빼지도 못했다. 로사리오 역시 출전 의지를 내비쳤고, 4번 지명타자로 변함없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확실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1회 2사 1루 첫 타석부터 kt 선발 장시환의 4구째 커브에 방망이가 헛돌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 2사 만루 찬스에서는 장시환의 초구 포크볼에 방망이가 따라 나갔고, 1루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찬스를 날렸다.
5회 2사 2루에서도 로사리오는 볼카운트 3-1에서 장시환의 5구째 포크볼에 타이밍을 빼앗겼고, 2루 내야 뜬공으로 무기력하게 아웃됐다. 지난주 보여준 절정의 타격감이 사라졌다. 두통 증세 때문인지 로사리오의 경기 집중력은 현저하게 떨어져 있었다.
결국 7회 타석에서 교체됐다. 2사 만루 찬스에 로사리오가 빠지고 강경학이 대타로 들어선 것이다. 이미 앞 타자 김태균의 타석 때 강경학이 대기 타석에서 대타 출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만루 찬스였지만 두통이 호전되지 않은 로사리오의 상태로는 좋은 타격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좌타자 강경학이 나오자 kt 벤치는 사이드암 고영표에서 좌완 홍성용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이에 한화는 다시 우타자 주현상을 대타 카드로 꺼냈다. 이날 시즌 첫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주현상은 3루 땅볼로 아웃됐고, 만루 찬스에서 무득점으로 물러난 한화는 결국 kt에 3-5로 무릎을 꿇었다.
로사리오의 갑작스런 대타 교체는 두통이라는 피치 못할 속사정이 변수로 크게 작용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그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를 선발 4번타자로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또한 승부처 상황에서 시즌 첫 타석의 주현상을 대타로 투입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무리수였다. /waw@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