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후 타율 0.299-9홈런, 공·주 자기 몫
여전히 불안한 수비… 벌써 두 자릿수 실책
SK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28)가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열정 넘치는 플레이와 장타력은 침체된 SK 타선에 단비다. 그러나 수비에서는 아직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고메즈에 울다 웃는, 혹은 웃다 우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안정화가 과제로 떠올랐다.

올 시즌 내야 외국인 선수로 큰 주목을 받았던 고메즈는 상대적으로 험난한 KBO 리그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14일까지 시즌 45경기에서 타율 2할6푼4리, 12홈런, 25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3할9리, 장타율은 0.521이다.
아쉬운 성적일 수도 있지만 5월 이후 타격은 그렇게 엉망인 것은 아니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이 1할9푼6리까지 떨어졌던 고메즈다. 가래톳 부상으로 열흘 넘게 1군에서 빠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KBO 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한 5월 이후로는 29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 9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5개를 성공시키며 공격과 주루에서는 나름 제 몫을 하고 있다. 출루율도 3할4푼5리로 낙제점을 벗어났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임을 고려하면 고메즈의 공격력은 괜찮은 수준이다. 팀 내에서도 손꼽힐 만한 공격 생산력이다. 볼넷도 9개를 골라냈고 떨어지는 유인구에 대한 참을성도 확실히 좋아졌다. 최근 김용희 SK 감독이 고메즈를 리드오프로 출전시키는 것도 또한 이런 확신에서 비롯된다. 예전처럼 쉽게 아웃되는 것도 아니고, 장타력에 기동력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괜찮은 리드오프감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비다. SK는 올해 내야 수비의 안정화를 위해 고메즈를 영입했다. 2루로 전향한 김성현의 수비력은 전반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다. 5월 22일 이후로는 실책이 단 하나도 없고 오히려 호수비가 훨씬 더 많았다. 공격도 잘 풀린다. SK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메즈의 수비력은 아직 불안감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많고 송구 정확도와 포구에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지는 않다.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많다. 6월 7일 인천 롯데전에서는 기록된 실책이 1개였지만,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3개나 됐다. 결국 이는 팀의 6-9 패배에 원흉이 됐다. 10일과 11일 인천 NC전에서는 쉬운 플레이에서 연이은 실책이 나왔다. 14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무난한 병살 플레이 상황에서 2루 송구 실책이 나오며 선발 박종훈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박종훈이 분전하며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SK의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그런 고메즈는 실책 후 곧바로 시원한 솔로포를 터뜨리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어쨌든 실점하지 않았고, 공격에서 자신의 힘으로 1점을 보태 팀 승리 확률을 높였으니 이날은 결과적으로 남는 장사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야 사령관인 유격수의 수비가 불안하다는 것은 불안감으로 남는다. SK의 기존 영입 목적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공격에서 힘을 내고 있는 고메즈가 수비라는 마지막 토끼까지 잡아낼 수 있을지 SK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