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철저히 강정호(29·피츠버그)를 피해가는 듯 보였지만 한 번의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홈런으로 이어졌다. 강정호가 ‘패스트볼 킬러’의 위용을 다시 한 번 드러내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하나를 남겼다.
강정호는 15일(이하 한국시간) 미 뉴욕주 플러싱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1홈런) 1볼넷 2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타율은 종전 2할8푼3리에서 2할9푼4리로 껑충 뛰어올랐다. 특히 0-0으로 맞선 6회 균형을 깨는 시원한 2점 홈런을 날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3출루 경기는 자신의 시즌 6번째다.
이날 메츠 선발은 수준급 투수인 우완 제이콥 디그롬이었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의 조합이 날카로운 선수. 그러나 2회 첫 타석에서는 초구 패스트볼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은 모두 변화구로 던졌고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강정호는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지난 메츠와의 대결에서도 시속 100마일에 이르는 강속구가 주무기인 노아 신더가드는 강정호를 상대로 자신의 평균보다 낮은 패스트볼 구사율을 보였다. 강정호가 빠른 공에 강하다는 것을 메츠 배터리도 잘 알고 있는 듯 보였다. 이날 첫 타석에서도 그런 경계심은 잘 드러났다.
하지만 강정호는 영리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이런 메츠 배터리의 전략을 역이용했다. 초구와 2구째 패스트볼을 그냥 보낸 강정호는 3구째 90마일(145㎞) 슬라이더를 노려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변화구로 승부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한 스윙이었고 가볍게 이를 맞춰 안타를 뽑아냈다.
그리고 6회에는 빠른 공을 받아쳐 시즌 9번째 홈런을 만들어냈다. 0-0으로 맞선 2사 1루 상황에서 디그롬의 2구째 94마일(151㎞) 빠른 공이 들어오자 방망이를 돌려 좌중간을 넘기는 2점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는 424피트(129m)였다. 자신의 시즌 홈런 중 두 번째 비거리였다. 또한 이는 이날 결승포가 됐다.
디그롬의 빠른 공은 실투라고 보기 어려웠다. 바깥쪽으로 비교적 제구가 잘 된 공이었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를 힘껏 받아쳐 라인드라이브로 담장을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그것도 잡아 당겼다. 메츠 배터리의 계산에 전혀 없을 법한 스윙이었다. 잘 던지던 디그롬도 허탈할 수밖에 없는 타격이었다.
강정호는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93마일(150㎞) 이상의 투구에 대한 타율이 무려 4할8푼3리에 이른다. 94마일(151㎞) 이상은 4할7푼4리다. 이날 경기로 하나의 안타를 더 추가, 94마일 이상 타율은 5할(20타수 10안타)가 됐다.
경기 전까지 95마일(153㎞) 이상은 5할8푼3리다. 95마일 이상 타율은 리그 1위의 위용이다. 지난해에 이어 패스트볼 킬러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메츠는 이런 강정호의 능력을 피해가려고 했지만 하나의 잘 던진 공조차도 강정호는 용납하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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