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삼성 내야수)과 박희수(SK 투수)는 동국대 선후배 사이다. 김정혁이 갓 입학했을때 박희수는 4학년 졸업반이었다. 속된 말로 감히 쳐다볼 수 없는 존재와도 같았다.
김정혁과 박희수가 14일 대구 삼성-SK전서 맞붙었다. 0-4로 뒤진 9회 1사 주자없는 가운데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선 김정혁은 박희수의 2구째를 공략해 좌중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만큼 큼지막한 타구였다. 시즌 2호째. 15일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난 김정혁은 "(박)희수형에게 고맙고 죄송하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홈런를 때렸지만 상대 투수가 희수형이다보니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는 김정혁은 "마음이 무거웠는데 희수형이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네가 잘 하는 모습을 보니 형으로서 기쁘다'고. 그래서 '고맙고 죄송합니다'라고 답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희수형에게 먼저 연락하기도 조심스럽고 그랬는데 희수형이 먼저 연락을 줘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경기 전에도 '네가 1군에서 잘 하는 걸 보니 정말 기쁘다'고 격려해주셨는데 정말 고맙고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정혁의 방망이는 뜨겁다. 그동안 1군 승격 기회를 얻고도 제 모습을 보여줬으나 이젠 타석에서도 여유가 묻어난다. "그동안 많이 긴장되고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보니 내가 가진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미소를 지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