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을 이기고 서울로 귀환한 '광주' 패트리어트 정조국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6.16 05: 22

"헛되게 살지 않았나 봅니다".
'패트리어트'가 서울로 귀환했다. 다만 유니폼은 검붉은색이 아닌 노란색이었다. 더이상 서울의 '패트리어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서울을 사랑했다.
정조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6 14라운드 FC 서울과 경기서 1골을 기록하며 팀의 팽팽한 접전을 이끌었다. 이날 정조국의 광주는 2-3으로 패했지만 그는 승리자였다.

대신고를 졸업하고 2003년 서울의 전신인 안양 LG에 입단한 정조국은 입단 첫 해 12골-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각광을 받았다.
꾸준히 활약을 펼친 정조국은 2013년과 2014년 경찰축구단에서 병역의무를 마치는 것을 제외하고는 11시즌 동안 서울에서 뛰었다. 경찰축구단 제대 후 제 몫을 해내지 못했던 정조국은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광주로 이적했다. 후배들과 경쟁서 출전 시간을 부여받지 못하며 팀을 떠나게 된 것.
정조국은 이미 서울과 한 차례 맞대결을 펼친 기억이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서울이 아닌 광주였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팀에서 서울을 맞이했다. 당시도 1-2로 패했다. 따라서 이번 만큼은 다른 결과를 얻고 싶은 욕심도 많았다.
이윽고 정조국은 자신이 몸담았던 경기장을 방문했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그였다. 정조국은 "서울과 경기를 앞두고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부담도 됐다.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또 골을 넣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 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라운드에 올라서자 경기장을 빼앗긴 것 같았다. 서울은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많다. 또 앞으로도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갈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정조국의 마음과는 다르게 경기는 치열하게 펼쳐졌다. 다른 생각을 갖고 경기를 하는 것이 분명 부담됐다. 그는 "경기를 하면서 계속 울컥했다. 마음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특히 전반에는 정말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골을 넣어 자랑스럽다. 서울의 팬들 앞에서 서울을 상대로 골을 넣은 것이 이상하지만 최선을 다해 뛰었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서울팬들은 정조국을 향해 응원을 보냈다. 함께 이적한 김민혁과 함께 인사를 하자 "정조국"이라는 선수콜도 외쳤다. 그는 "잘못 살아온 것 같지는 않다. 정말 감사드린다. 눈물이 거의 나올뻔 했다. 정말 감사하다. 광주의 유니폼을 입은 것이 이상했지만 분명 팬들께는 다시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경기가 끝난 후 박주영과 그라운드에서 포옹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 그는 "(박)주영이는 앞으로 평생 함께 가야 할 친구"라면서 "데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어린 공격수들이 가장 배워야 할 선수가 바로 데얀이다. 나도 서울에 있으면서 그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그는 "서울을 상대로 우리 광주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정말 열심히 싸웠다. 최선을 다했지만 승리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과 함께 노력했다. 그리고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것은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조국은 경기장을 떠나면서 "서울의 버스를 타야할 것 같다"라며 마지막까지 서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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