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픽] 믿었던 수비, 수원의 발등을 찍었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16 06: 17

주축 선수들의 이탈.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스리백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수비를 믿고 견디면서 역습으로 승부를 보려 했다. 그러나 서정원 감독의 믿음은 경기 초반부터 흔들렸고, 결국 패배의 빌미까지 제공했다.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원정경기는 수원에 중요한 경기였다. 전북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라 버겁기는 하지만, 올 시즌 부진한 모습을 바꿀 터닝 포인트로 만들 수 있는 경기였다. 또한 전북전을 마친 후 FC 서울, 제주 유나이티드라는 상위권 팀을 상대해야 하는 수원으로서는 앞으로를 위해서도 중요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꼬였다. 주축 공격수 산토스가 장염 증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없게 된 것. 이미 홍철과 양상민, 이상호, 조동건, 권창훈의 부상 등으로 제대로 된 선발 명단을 꾸릴 수 없는 수원에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결국 수원은 스리백을 기초로 한 3-4-3 포메이션을 가동해 전북을 상대했다. 수비로 전북의 공격을 막은 후 역습으로 기회를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수원의 계획은 초반부터 흔들렸다. 경기 시작 후 1분이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수비수에서 실수가 나왔다. 이정수가 공을 걷어낸다는 것이 루이스에게 연결됐고, 루이스가 박스 안으로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다시 이정수가 공을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수원으로서는 찝찝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찝찝함은 결국 실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반 37분 수비수들의 실수가 잇달아 나오면서 선제골을 허용한 것. 이정수의 패스를 가로챈 레오나르도가루이스에게 연결했고, 루이스는 문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민상기는 공을 걷어내기 위해 발을 댔지만, 민상기의 발에 맞은 공은 같은 편 골키퍼를 넘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선제 실점은 타격이 컸다. 수원은 승부를 뒤집기 위해 자책골을 기록한 민상기를 후반 10분에 빼고 포백 시스템으로 바꿨다. 수원은 후반 34분 염기훈의 득점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후반 49분 추가골을 허용하면서 1-2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정수와 민상기의 실수가 직접적인 패배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됐다.
수비를 믿고 경기를 운영하려 했던 서정원 감독으로서는 내용과 결과 모두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수를 한 수비수들에게 책임을 돌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민상기와 같은 젊은 수비수가 이번 실수를 바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이런 작은 실수가 우리 팀의 미래가 성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을 겪고 올라가야 팀의 베테랑이 된다. 아쉽지만 선수들이 큰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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