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벤치의 선택은 칼 같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대호(34·시애틀)를 대신해 들어간 아담 린드가 공·수 모두에서 고개를 숙였다.
시애틀은 16일(이하 한국시간) 탬파베이와의 원정경기에서 2-2로 맞선 연장 13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며 2-3으로 졌다. 4연패에 빠진 시애틀은 지구 선두인 텍사스와의 승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스코어와 연장 승부가 말해주듯 기회는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한 차례 승부수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대호는 이날 상대 좌완 선발 드루 스마일리를 맞아 선발 5번 1루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성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철저한 변화구 승부에 고전했고 결국 세 번의 타석에서 모두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2경기 연속 3삼진이었다.

그러나 한 번 더 기회가 있었다. 2-2로 맞선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기회가 오는 듯 했다. 탬파베이는 8회 2사 3루 상황에 몰리자 크루스를 고의사구로 걸렀다. 이대호로서는 결승타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스캇 서비스 감독은 여기서 아담 린드를 대타로 냈다. 우완 라미레스를 맞아 좌타 린드를 낸 것이다.
그러나 린드는 올 시즌 우완 상대 타율이 오히려 이대호보다 좋지 않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대호의 우완 상대 타율은 3할1푼9리로 린드(.234)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다. 좌타인 린드는 오히려 우완보다 좌완(.294) 상대 타율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최근 7경기에서 타율 1할9푼으로 타격감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애틀 벤치의 선택은 린드였다.
린드는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계속 바깥쪽 공에 고전하다가 결국 1루 땅볼에 그쳤다. 8회 수비에서는 선두 피어스의 타구 때 송구를 잘 잡아내지 못하며 또 고개를 숙였다. 물론 기본적으로 유격수의 송구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린드 정도의 베테랑이라면 잡아줄 수도 있는 송구였다. 이어진 1사 1,3루 위기에서 실점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린드는 연장 10회에서도 다시 기회를 잡았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탬파베이는 다시 크루스를 고의사구로 걸렀다. 굳이 잘 맞는 크루스와 상대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 다음 타자인 린드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했다. 탬파베이는 결국 린드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고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린드는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차라리 한 경기라도 이대호를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