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을 철저히 배제하고 최근 타격감에 따라 타순을 짠 효과가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움직이기 시작한 김용희 SK 감독의 승부수가 SK 타선을 깨우고 있다.
SK는 올 시즌 타격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6월 10일까지 팀 타율이 2할6푼9리에 머물렀다. 팀 홈런은 65개로 리그 선두를 다투는 수준이었지만 타율이 너무 떨어지고 연결력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말 그대로 홈런이 아니면 득점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그러다보니 타선이 침체됐고 접전에 마운드까지 지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3할을 때릴 만한 능력이 있는 최정 이명기 이재원이 2할대 중반 아래의 타율에서 허덕였다. 여기에 중심타자인 박정권에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김강민은 부상으로 한 달간 2군에 있었다. “지난해에 비하면 타격은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던 김용희 감독으로서는 답답한 나날이 이어졌다.

결국 김 감독이 칼을 꺼내들었다.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라는 최후 통첩을 했고 실행에 옮겼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11일 인천 NC전부터였다. 부진에 빠져 있던 최정에게 극도로 강한 이재학이 등판하자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타순을 획기적으로 움직였다. 철학은 하나였다.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름값도, 그간의 성적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런 충격요법은 제대로 통하고 있다. SK는 11일부터 15일 대구 삼성전까지 4경기에서 팀 타율 3할3푼1리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31득점을 내 경기당 평균 7.75점을 냈다. 꾸준히 4점 이상을 기록하며 적어도 타선은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홈런 6개를 터뜨리며 팀 출루율 4할7리, 장타율 0.542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 SK는 최승준(.462) 김강민(.444) 김재현(.438) 김성현(.357) 등이 호조를 보였고 김용희 감독은 이들을 위주로 타순을 개편해 성공을 거뒀다. 반면 부진한 최정과 이재원은 7,8번 타순에 포진시켜 실마리를 찾게 하는 투트랙 전법을 썼다. 이는 양쪽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15일 대구 삼성전도 그런 변화가 먹혔다. 물론 1회 최정의 우익수 직선타를 배영섭이 놓치며 행운의 대량 득점이 만들어졌지만 그 후로도 타선이 무기력하지 않았다. 큰 점수차라 긴장을 놓을 수도 있는 상황인데 꾸준히 추가점을 만들며 대승을 완성시켰다. 상대 실책이 나온 뒤 연속타로 추가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근래 SK의 경기 흐름에서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여기에 최정과 이재원이 기분 전환을 했다는 점 또한 1승 이상의 수확이었다. 팀 내에도 경쟁의 기운이 돌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잘 치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는 구조다. 그간 눌려 있었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왔고, 주전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이라고 반겼다. 교체되어 들어간 선수들의 이 기간 타율은 4할3푼8리에 이른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대타 성공률도 5할에 이르러 벤치의 적극적인 개입이 성공적인 모습이다.
충격요법은 어디까지나 충격요법이다. 모든 감독들은 비교적 고정되고 안정적인 라인업을 원한다. SK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최정 이재원 이명기 박정권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동반 상승하며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점은 이의가 없다. 그러나 그를 깨워내는 방법론은 다를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런 측면에서 김용희 감독의 적극적인 개입은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시즌을 돌아볼 때 SK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