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분석, "박병호 슬럼프, 강속구보다 심리 문제"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6.17 06: 28

 박병호(30, 미네소타)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빠른 볼 적응보다는 심리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을 단순하게 하고, 부담을 내려놓고 마음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4월 한 달 타율 0.227 6홈런을 기록한 박병호는 5월은 타율 0.205 3홈런으로 하향세였다. 6월 들어서는 타율 0.163(43타수 7안타) 2홈런으로 부진하다. 홈런은 어쩌다 걸린 것이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19타수 1안타(타율 0.053) 삼진 11개로 확연한 슬럼프다.

최근 저조한 탓에 박병호는 지난 13일과 15일 선발 출장에서 제외돼 쉬었다. 14일과 16일 경기에 출전했지만 4경기 연속 무안타의 부진이 계속됐다. 시즌 타율은 16일 현재 0.203까지 내려왔다.
송재우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5월말 시애틀 원정경기를 볼 때 슬럼프에 들어갔구나 싶었다. 자신있게 배트를 휘두르지 못하고 공을 보고 치려고 하더라. 노림수도 안 맞고, 시즌 초반 자신이 쳤던 공도 못 치더라. 파울이 되거나, 헛스윙이 됐다"고 말했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최근 박병호 경기를 몇 번 봤다. 이제는 변화구에도 약하고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을 맞히질 못한다. 이상한 헛스윙이 많다. 공과 배트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인식 위원장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마음의 안정이 제일 중요하다"며 "못한다고 폼을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서 바꾸는 것은 잘못된 방법이다. 평소 하던 대로 마음 편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재우 위원은 "아마도 박병호는 매일 상대 투수를 공부하고 갖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며 "생각을 단순하게 접근하기를 바란다. 빠른 볼과 슬라이더가 장점인 투수라면 2스트라이크 이전까지는 하나의 구질만 노리고 치는 것도 방법이다. 강정호처럼 단순한 성격이 타석에서 도움이 된다"고 했다.
부진하면 타석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직구를 노리다가도 느린 변화구가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면 스윙이 따라나간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평소 때릴 수 있는 공도 반응이 느려진다. 삼진을 먹더라도 시원하게 스윙을 해야 하는데, 박병호의 헛스윙은 쫓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슬럼프에 빠진 타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박병호는 부진하면 스스로 부담을 많이 받는 스타일이다. 박병호는 LA 에인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타이밍이 문제"라고 부진 원인을 꼽았다. 타이밍이 안 맞는 것이 바로 머릿 속에 생각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상대 투수를 단순하게 상대하지 못하면서 생각이 많은 결과다. 
송재우 위원은 "삼진을 먹고 실패를 하더라고, 투수와 타자 사이의 머리싸움에서 이길 수 있도록 선택 폭을 줄여야 한다. 이 투수에게 이렇게, 저 투수에게는 저렇게 생각하면 더 못한다. '오늘은 직구만 쳐야지'라는 식으로 마음을 놔야 한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송재우 위원의 분석은 미네소타 지역 언론과 폴 몰리터 감독의 생각과도 비슷하다. 미네소타의 파이오니어 프레스는 "박병호가 자신의 스윙과 자신감을 되찾는데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 몰리터 감독은 "박병호에게 항상 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신뢰감을 보이며 "그는 지금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빠른 볼에 조금 적응이 되니깐, 변화구에 고생한다. 박병호 자신이 믿는 것을 되찾아야 한다. 짧지만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고)벤치에 있는 동안 극복할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네소타는 16일 현재 20승 45패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다. 중부지구 공동선두 클린블랜드와 캔자스시티에 무려 15경기나 뒤져 있다.
송재우 위원은 "팀 전체가 부진하다. '나 때문에 팀이 부진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내가 못 쳐도 크게 영향이 없다'고 편하게 생각하면 된다. 감독도 시간과 기회를 충분히 주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박병호는 자기 실력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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