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말 그대로 공격이다. 눈에 보이면 치는 것이 좋은 타자의 첫 번째 조건이다”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위와 같이 말하며 평소 적극적인 타격을 강조한다.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공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스윙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을 만큼 그는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는 공을 가만히 두지 않는 타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박건우(26) 역시 그런 유형이다. “우리 팀에선 박건우, 민병헌이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가장 적극적으로 친다. 베테랑들이야 수 싸움을 하면서 칠 수도 있겠지만 박건우는 시야에 들어오면 (방망이를) 돌린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다시 말해 박건우는 ‘김태형 스타일’인 타자다.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으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58경기에서 타율 3할4푼, 7홈런 32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3경기만 더 출전하면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새로 쓰게 되고, 이미 타수와 홈런, 타점은 모두 자신의 최고 기록들을 갈아 치운지 오래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토종 타자가 58경기 동안 만들어낸 7개의 홈런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중장거리 유형으로 분류되는 박건우는 2루타 머신이기도 하다. 현재 17개인 그의 2루타는 39개 페이스다. 팀이 치른 63경기 중 5경기에 결장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감독을 사로잡은 타격 스타일은 그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구성하게 만드는 일도 생기게 했다. 올해 그는 1번으로 많이 나왔지만 7-6으로 승리했던 지난 4일 잠실 SK전에서 김 감독은 투수를 괴롭힐 줄 알고 출루 능력이 뛰어난 김재호를 1번으로 기용했다.
이에 김 감독에게 의도를 물었다. 1번타자가 공을 많이 보게 하기 위해 김재호를 1번으로 투입한 것인지 묻자 김 감독은 “아니다. 건우를 5번으로 내리기 위해 (허)경민이와 재호 중에 한 명을 1번으로 올린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타격 페이스가 좋던 박건우를 주자가 있을 때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당시 박건우는 타점은 없었지만 2루타 2개 포함 4타수 2안타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성적이었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가 떠나 공격력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두산은 오히려 더욱 강한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김재환의 활약, 지난해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던 외국인 타자 자리에서 나타난 새 얼굴 닉 에반스의 맹타와 함께 박건우의 각성이 가장 큰 변화의 원동력이었다. ‘히트 포 더 사이클’까지 해낸 그는 주전으로 정착한지 반년도 되지 않아 자신의 자리는 주전이라는 것을 훌륭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