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무너진 마에스트리, 한화를 구원한 장민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17 22: 06

한화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경기 흐름도 넥센 쪽으로 넘어갈 분위기였지만 한화에는 장민재가 있었다. 선발등판 후 이틀 휴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선발 역할을 하며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17일 청주 넥센전. 한화는 퇴출 위기에 몰린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1회 시작부터 서건창에게 볼넷과 2루 도루를 허용하더니 고종욱에게 좌측 빗맞은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유격수 강경학의 백업 수비와 장운호의 점프 캐치 덕분에 투아웃을 잡았지만 마에스트리는 스스로 무너졌다. 
2사 후 윤석민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대니 돈과 김민성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 이택근에게도 밀어내기 볼넷으로 추가 실점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투구수 34개로 스트라이크(15개)보다 볼(19개)이 더 많았다. 1회 시작부터 제구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그대로 대량실점이 될 위기였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도 빠르게 다음 투수를 준비했다. 지난 14일 수원 kt전 선발로 던졌던 장민재 카드를 꺼낸 것이다. 당초 19일 넥센전 선발로 준비 중이었지만, 마에스트리가 생각보다 더 일찍 무너지자 장민재가 1회부터 몸을 풀었다. 2⅓이닝 56개를 던지고 이틀만 쉬었지만, 장민재는 크게 지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2사 만루에 채태인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고 급한 불을 끈 장민재는 2회 가볍게 삼자범퇴로 넥센의 흐름을 꺾어놓았다. 3회 1사 1·2루에서 김민성의 투수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2루 악송구를 범해 추가 실점했지만 이택근을 유격수 병살로 솎아내며 이닝 종료. 4회에는 김재현을 커브, 서건창을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 잡으며 삼자범퇴로 안정감을 발휘했다. 
5회 고종욱과 윤석민에게 솔로 홈런 2방을 맞으며 2실점했지만, 5회까지 4⅓이닝 동안 총 84개 공을 던졌다. 실질적인 선발투수 역할을 한 것이다. 3피안타(2피홈런) 2볼넷 5탈삼진 3실점(2자책). 마에스트리의 조기 강판으로 불펜 소모가 우려됐지만, 장민재가 5회까지 버텨준 덕분에 한화도 불펜을 아낄 수 있었다. 
한화도 3회말 김태균의 동점 솔로 홈런에 이어 5회말 송광민의 희생플라이에 이어 윌린 로사리오가 역전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6-5로 역전했고, 6회부터 권혁을 투입하며 지키기 모드에 들어갔다. 권혁이 3이닝 무실점, 정우람이 9회 1이닝 무실점으로 막으며 8-5 역전승을 완성했다. 장민재는 선발승 같은 구원승으로 시즌 2승째를 올렸다.
경기 후 장민재는 "1회부터 몸을 풀라고 해서 불펜에서 준비했다. 만루 상황에 올라갔는데 사인대로 맞춰잡는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지난 kt전에서 별로 안 던져 큰 데미지가 없었다. 직구 힘 떨어졌을 때 변화구로 승부하려고 했는데 실투가 홈런이 됐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던지려 했고, 많은 생각이 없이 경기에 집중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1회부터 언제든 상황을 가리지 않고 등판하는 장민재가 있어 한화 마운드는 참 든든하다. /waw@osen.co.kr
[사진] 청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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