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다등판·구원이닝에도 ERA 2.97
정민태 투수코치, "변화구 완성도 높아"
"작년에는 미련하게 힘으로만 던졌다".

한화 불펜의 에이스 권혁(33)이 더욱 강력해졌다. 지난해처럼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 구원 최다이닝을 던지며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권혁이지만 아직 지친 기색이 안 보인다. 오히려 날이 더워지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더 빼어난 투구를 하는 있는 모습이다.
권혁은 17일까지 리그 최다 39경기에서 57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90경기, 134이닝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78경기 112이닝보다 훨씬 더 많은 투구 페이스로 2년 연속 경기수와 구원이닝 1위가 유력하다. 그런데 권혁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2.97까지 떨어졌다.
한화 상승세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대전 롯데전을 시작으로 최근 13경기에서 1승3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0.71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하고 있다. 이 기간 25⅓이닝을 던지며 2실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한화 반등의 중심에는 강력한 불펜 그 중에서도 권혁의 존재가 절대적이었다.
권혁은 "작년에 많은 이닝을 던진 경험이 도움 되는 것 같다. 연투를 하면 아무래도 힘이 떨어진다. 하지만 작년에는 미련하게 힘으로만 던졌지만 올해는 제구와 함께 변화구를 요소요소에 던지고 있다. 적절하게 맞혀 잡으려고 하는 것이 달라진 부분이다"고 말했다.

한화 정민태 투수코치도 "지난해 권혁이 직구 위주로 던졌다면 올해는 바깥쪽 싱커나 커브를 적극적으로 던지고 있다. 직구만 노리고 오는 타자들이 헷갈릴 것이다. 변화구 구사를 많이 요구하고 있는데 전체적인 변화구 완성도가 괜찮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권혁이 직구 중심에 슬라이더를 종종 던졌지만 이제는 우타자 바깥쪽 싱커에 느린 커브까지 가미했다. 권혁은 "아직 만족도를 말할 때는 아니지만 타자들에게 내가 변화구를 던질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주려 한다. 구원투수로서 일부러 맞혀 잡으려 하지는 않지만 효율적인 투구가 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을 수 있는 제구력이 향상됨에 따라 권혁의 이닝당 투구수도 지난해 18.7개에서 올해는 16.9개로 줄었다. 정민태 코치는 "직구만 던지면 체력적으로 금방 지친다. 변화구를 섞으면서 힘 조절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변화구 장착으로 완급조절에 체력 관리까지 되고 있다.
덕분에 권혁은 직구 평균 구속도 지난해 142.8km에서 올해는 142.5km로 큰 차이가 없다. 변화구 장착으로 한 단계 진화를 이룬 권혁의 위력이 올해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waw@osen.co.kr
[사진] 청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