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진 호투에도 4연패...불펜·타선 심각한 부진
불펜 운용과 타순 변화 필요...서상우 기용방향도 재고해야
최악의 엇박자다. 선발투수가 자기 몫을 다해도, 결과는 정반대다. 타선 침묵과 불펜 부진이 겹치며 경기를 내준다. LG 트윈스가 올 시즌 최대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LG는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부터 17일 잠실 KIA전까지 4연패에 빠졌다. 코프랜드를 시작으로 소사 류제국 우규민이 나란히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호투를 펼쳤음에도 내리 패했다. 6월 들어 선발진 평균자책점 3.52로 이 부문 리그 3위지만,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7.23으로 8위다.
타격은 반쪽짜리다. 6월 팀 타율 3할1푼8리로 1위, 6월 팀 OPS도 0.829로 3위다. 그런데 경기당 평균 5.36점으로 이 부문 5위에 그치고 있다. 안타와 출루는 꾸준한데 점수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최근 5경기로 표본을 좁히면 경기당 평균 4.00득점으로 리그 9위다.
지난 17일까지 LG의 시즌 전적은 27승 31패 1무로 5위. 포스트시즌 진출 막차를 탈 수 있는 위치에 있으나 아직 정규시즌의 반도 치르지 않았다. 4월 11승 11패, 5월 11승 11패 1무로 5할을 유지해왔지만, 6월 5승 9패로 부진하다. 이대로라면 5위 사수는커녕, 하위권 추락을 피할 수 없다. 불펜진과 타순에 과감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좌우놀이 실패’ 좌타자 상대로 무너지는 불펜진
올 시즌 LG 불펜진의 최대약점은 좌타자 공략이다. 윤지웅과 진해수, 두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좌타자를 잡지 못하며 불펜 운용에 금이 가고 있다. LG 불펜진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할1푼8리, 피OPS는 0.840. 좌타자 상대로 윤지웅이 피안타율 3할5푼7리 피OPS 0.897, 진해수는 피안타율 3할2푼8리 피OPS 0.920로 처참하게 무너지곤 한다. 그럼에도 양상문 감독은 경기 중후반 좌타자가 타석에 서면 윤지웅이나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린다.
이제는 불펜진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일단 가용자원은 많다. 윤지웅이 2군으로 내려갔으나 봉중근 신승현 이동현 등 7, 8회에 나올 수 있는 셋업맨들을 두루 갖췄다. 상대 좌우타자에 맞춰 불펜진을 운용하는 게 아닌, 이닝을 기준으로 불펜투수들을 투입하는 게 나은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일례로 선발투수가 6이닝을 소화했다면, 7회를 봉중근, 8회를 신승현이나 이동현에게 맡기고, 리드시 9회에 임정우를 투입한다. 신승현과 이동현은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각각 피안타율 2할3푼3리, 2할1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피OPS도 신승현이 0.606, 이동현이 0.580으로 준수하다.
▲6월 득점권 타율 0.236...2번과 5번 타순 변화줘야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LG 타선의 문제는 득점이다. 타자가 꾸준히 출루하지만 홈은 밟지 못한다. LG의 올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6푼9리로 리그 9위. 특히 6월에 들어선 2할3푼6리로 더 하락했다. 팀 구성상 하위타순 부진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상위타순까지 막혀버리면 곤란하다. 2번 타순과 5번 타순에 생긴 큰 구멍부터 메울 필요가 있다.
일단 고질병이었던 리드오프 문제는 박용택으로 해결했다. 3번 타자 정성훈, 4번 타자 히메네스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2번 타순과 5번 타순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최근 2번 타자는 수시로 바뀌고 있고, 5번 타자는 이병규(7번)로 고정해 둔 상황이다.
당초 LG의 계획은 임훈과 정주현을 테이블세터에 놓고, 박용택 이병규 히메네스로 클린업을 구상, 정성훈은 6번 타순에서 클린업을 연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임훈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정주현은 손주인에게 밀렸다. 이병규는 득점권 타율 2할2푼으로 타순과 어울리지 않는 타격을 하고 있다. 이병규의 6월 득점권 타율은 6푼7리다.
물론 이병규의 부진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히메네스를 제외하면 LG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타자가 이병규다. 한 달이 넘게 홈런이 나오지 않고 있으나, 수준급 타자는 자기 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때문에 일단은 이병규의 자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5번을 고수하는 게 아닌 2번이나 6번에 넣는 게 낫다.
이병규는 출루에도 능한 타자다. 올 시즌도 출루율 3할9푼9리로 꾸준히 1루를 밟고 있다. 어차피 시즌 전 세워둔 테이블세터진 구상은 무너졌다. 빠르고 주루플레이에 능한 타자가 2번에 들어가면 좋지만, 그게 안 되면 출루율이 높은 이병규를 넣는 것도 방법이다.
이병규가 나간 5번 타순에는 채은성을 넣는다. 채은성은 올 시즌 5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에서 43타수 17안타(타율 0.395)를 기록했다. 득점권 타율도 5번 타자로 출장했을 때 높았다. 시즌 득점권 타율은 2할7푼9리지만, 5번 타자 출장시 4할1푼2리를 기록했다.
▲붕 떠버린 서상우...제대로 성장시키고 있나?
제2의 박용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았던 서상우 또한 시즌 전 구상과 엇나갔다. 서상우의 최근 선발출장 경기는 5월 22일 넥센전. 이후 벤치만 지키며 대타로 한 두 타석만 소화하는 상황이다. 아무리 수비 포지션이 없다고 해도, 이렇게 벤치만 지키는 것은 팀과 서상우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서상우는 지난해 58경기에 나서 타율 3할4푼 6홈런 22타점 OPS 0.889를 기록했다. 올해는 46경기에 나서 타율 2할6푼 3홈런 11타점 OPS 0.808에 그치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주중 3연전에서 NC가 이태양을 선발 등판시킬 경우, 서상우를 선발 출장시킬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지난 15일 잠실 NC전이 비로 취소됐고, 3연전이 2경기로 단축되면서 이태양은 LG전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헥터와 맞붙는 18일 경기나 지크를 상대하는 19일 경기에 서상우를 선발 출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박용택이 어깨부상으로 주말 경기 출장이 불투명해진 만큼, 서상우를 지명타자 자리에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서상우가 최근 타격감을 회복했다. 한창 안 좋았을 때보다는 나아진 상황이다”고 기대했다.
만일 서상우가 헥터나 지크를 상대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서상우의 성장을 위해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만 하다. 서상우는 매일 경기 전 1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지만, 당장 1루수로 출장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서상우를 2군으로 내리고 퓨처스리그에서 1루수로 투입하는 게 낫다. 지금처럼 1군에서 벤치만 지키는 것보다는 2군서 실전과 연습을 병행하는 게 서상우의 성장을 앞당기는 길이 될 것이다. 서상우가 나간 자리에는 이병규(9번)를 콜업, 경험 많은 해결사를 보강할 수 있다. 이병규는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9푼8리 OPS 1.017로 활약,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즌을 불태우는 중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