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잠재 능력 일깨운 류중일 감독의 믿음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06.18 15: 18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 누군가의 믿음이 주는 힘은 자신이 가진 능력 그 이상을 발휘하게 만든다. 17일 대구 두산전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6⅓이닝 1실점)를 달성한 김기태(삼성)는 "류중일 감독님의 믿음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던 11일 광주 KIA전서 5회 2사 만루 위기에 처하는 등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류중일 감독은 김기태를 교체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맡겼다. 김기태는 김주찬을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고 2006년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리고 17일 대구 두산전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지만 류중일 감독이 11일 광주 KIA전서 김기태를 조기 교체했었다면 어땠을까.

김기태는 "감독님께서 믿어주신 게 정말 큰 힘이 됐다. 나도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에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광주 KIA전서 5회 2사 만루 위기를 극복하고 첫 승을 거둔 뒤 자신감을 얻게 됐고 17일 대구 두산전에서도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서 던졌다"고 말했다.
'믿음의 야구'를 추구하는 류중일 감독은 "선수가 한 경기하고 마는 게 아니라 앞으로 현역 생활을 오래 해야 하는데 선수에게 자신감을 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믿음을 주지 못하면 선수는 움추려 들기 마련"이라며 "선수가 자신감을 잃게 되면 스스로 고비를 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중일 감독은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를 공개했다. "데뷔 첫해(1987년) 시범경기인지 시즌 초반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해태전서 안타를 때린 뒤 1루로 걸어 나갔는데 당시 1루수였던 김성한 선배가 '삼성에 좋은 선수 한 명 들어왔네'라고 이야기했었다. 그 한 마디가 내겐 큰 자신감을 얻게 됐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김성한 선배의 한 마디가 나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던가. 류중일 감독은 경북고 3학년 때 구수갑 감독의 제안으로 4번 중책을 맡게 됐다. 그동안 홈런과는 거리가 멀었던 류중일 감독은 4번 중책을 맡은 뒤 잠실구장 개장 1호 홈런을 터뜨리는 등 장타 본능을 마음껏 발휘했다. 이 또한 믿음의 힘 덕분이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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