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을 한 선수들은 모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기아자동차 제 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2억 5,000만 원)가 열리고 있는 18일의 베어즈베스트 청라CC(파72, 6619야드, 인천 서구). 플레이를 한 선수들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한 타를 줄이는 게 이렇게 어려운 줄 미처 몰랐다”는 듯.
올 시즌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로 치러지고 있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은 코스 세팅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사방이 잔디로 깔려 있어 페어웨이가 넓어 보이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러프다. 좁디 좁은 페어웨이를 지나 그린에 오르면 그린이 살아 움직인다. 역회전으로 공을 딱 세우지 않는 한, 그린에 툭 떨어진 공이 슬금슬금 어디론가 움직인다. 홀컵 주변은 반드시 기울기가 있어 컵에 공이 떨어지기 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3라운드에서는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줄줄이 타수를 잃었다. 경기를 마친 72명의 선수 중 타수를 잃지 않은 이는 딱 2명. 정연주와 안송이다.

정연주(24, SBI 저축은행)는 홀로 다른 골프장에서 경기한 선수 같았다. 1, 2라운드에서 71, 76타를 친 정연주는 이날 무려 4타를 줄여 68타를 쳤다. 3라운드 중간합계 1언더파로 단숨에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2라운드까지 정연주는 3오버파 공동 20위 였다.
정연주는 모든 선수들이 절절매는 코스에서도 펄펄 날았다. 버디 6개, 보기 2개를 적어냈다. 11~13번 홀 3연속 버디도 기록했다. 12~14번 홀은 베어즈베스트가 선수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 위해 심어 놓았다는 곰의 지뢰밭(베어 트랩)이다. 정연주는 지뢰밭도 피해갔다.
5년전인 2011년 KLPGA에 데뷔하던 해, 메이저 대회인 2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게 KLPGA 유일한 우승 기록인 정연주다. 이 대회와의 깊은 인연을 이어갈 태세다. 정연주는 2014년 일본에 진출해 2시즌을 보낸 뒤 올 시즌 국내에 복귀했다. 올 시즌 국내 대회에서는 아직 톱10 기록이 없다.

담이 결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김해림(27, 롯데)은 1, 2라운드 선두 자리에서 물러나 단독 2위로 내려왔다. 버디는 없었지만 보기도 없이 경기를 잘 끌고 가던 김해림은 7번 홀 보기로 타수를 잃었고, 14 15번홀 연속 보기로 이븐파로 떨어졌다.

고전하기는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 넵스)도 마찬가지. 박성현은 보기와 버디를 번갈아 가며 그녀를 따르는 구름 갤러리의 속을 태웠다. 보기 후 버디 때는 ‘바운스 백’이라 좋아했지만 버디 후 보기 때는 함께 탄식을 했다. 18홀을 돌고 난 뒤의 박성현의 스코어 카드는 버디 4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가 됐다. 중간합계도 1오버파로 공동 3위. 선두와 2타차에 불과해 언제든 역전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100c@osen.co.kr
[사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점프 한 정연주가 17번홀 퍼팅을 앞두고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 /KLPG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