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그리고 47899 '우리'가 하얗게 불태운 78th 슈퍼매치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6.19 05: 29

우리가 하얗게 불태운 '슈퍼매치'였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6 15라운드 맞대결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에 누웠다. K리그 어느 경기보다 치열했던 모습이었다. 그동안 이번 슈퍼매치를 앞두고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았다.

정규리그 2위에 올라있는 서울과 수원의 차이가 굉장했기 때문. 수원은 2승밖에 거두지 못한 채 9위에 머물고 있었다. 따라서 경기 결과가 쉽게 예상됐다.
하지만 최용수 서울 감독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최 감독은 슈퍼매치에 앞서 가진 정례기자회견서 "수원을 현재 순위로만 평가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분명 라이벌전이기 때문에 난타전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정원 감독도 전북전에 이어 3백 수비진을 통해 경기에 임했다.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은 후반에 투입하면서까지 승리 혹은 승점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비록 경기 초반 수원이 철저한 수비를 펼치며 지루한 경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수원은 후반 시작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
염기훈의 왼발을 시작으로 폭발력이 생겼다. 산토스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했고 서울을 괴롭혔다. 전반내내 상대를 몰아쳤던 서울은 후반 초반 상대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기회를 엿봤다.
서울의 공세는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측면의 고요한이 빠르게 움직이며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다. 문전으로 연결한 패스는 아드리아노가 침착하게 이어 받고 돌파를 시도했다.
수원 수비수 이정수는 아드리아노를 밀었다. 결국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는 직접 키커로 나서 성공했다.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직전 광주전에서 PK를 실축한 아드리아노였기 때문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 그러나 가볍게 성공하며 서울이 1-0으로 앞섰다.
당시 최용수 감독은 아드리아노를 믿었고 선수는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최 감독은 "아드리아노는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PK를 한번 실축했다고 해서 그 선수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일은 없다. 분명 해낼 것으로 믿었다"고 설명했다.
아드리아노 본인도 감독의 믿음이 큰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님도 내 능력에 대해 잘 아시기 때문에 특별한 말씀이 없으졌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시도했고 골을 넣었다"고 전했다.
수원도 마찬가지였다. '곽대장' 곽희주는 후반에 교체 투입되어 동점골을 터트렸다. 아드리아노가 페널티킥을 얻는 사이 수원 서정원 감독이 퇴장 당했다.
그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침착한 감정을 가진 선수는 곽희주였다. 이정수가 흥분하는 동안에도 심판에게 큰 어필을 하지 않았다. 그는 "심판에게 우리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침착하게 상대했다"고 말했다.
대장답게 팀을 이끌었고 동점골을 기록했다. 왼쪽에서 올라온 염기훈의 프리킥에 대해서는 "너무 강해서 뇌진탕에 걸린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선수들은 후반에 모든 것을 쏟아냈다. 본인들이 가진 능력을 모두 발휘해 경기에 임했다. 비록 순위차는 큰 상황이었지만 경기는 어느 때 보다 치열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47899명이 입장했다. 올 시즌 최다관중이다. 재미가 없는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상황에도 관중들은 빽빽하게 경기장을 채웠다.
그 경기장을 더 빛나게 한 것은 선수들이었다. 모두 경기를 마친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누구보다 치열한 경기로 시들해졌던 슈퍼매치를 다시 명품 경기로 만들었다. 선수단과 관중, 우리가 함께 만든 슈퍼매치였다. 10bird@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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