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카드' 박정진, 무너진 한화 선발 고육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19 05: 55

박정진, 19일 넥센전 13년만에 선발등판  
외인 2명 부재, 선발 로테이션 뒤죽박죽
한화가 14번째 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놀랍게도 박정진(40)이다. 한화 불펜의 필승조로 수년간 활약해온 박정진이 무려 13년 만에 선발 마운드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화는 19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넥센과 홈경기에 박정진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올 시즌 한화의 14번째 선발투수. 돌고 돌아 이젠 불펜 필승조 투수를 선발로 꺼내기에 이르렀다. 박정진의 마지막 선발등판은 지난 2003년 9월11일 시민 삼성전 이후 13년 만이다. 일수로는 무려 4665일만의 선발등판이다. 
▲ 박정진 깜짝 선발 결정 왜?
당초 한화는 19일 넥센전 선발로 14일 수원 kt전에서 2⅓이닝 56구를 던진 우완 장민재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17일 넥센전에서 선발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1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되자 1회부터 장민재를 롱릴리프로 투입했다. 장민재는 4⅓이닝 2자책점 호투로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장민재를 롱릴리프로 당겨쓰게 됨에 따라 19일 선발 자리가 비어버렸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 전 "원래 장민재가 내일(19일) 선발이지만 3연패를 할 수 없어 어제(17일) 썼다"며 "내일 선발은 비"라는 농담으로 19일 선발을 함구했다. 
지난 11일 대전 LG전에서 선발 4⅓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송신영이 그 이후 등판이 없어 유력한 선발로 보였지만 김성근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박정진이었다. 상대가 송신영의 전 소속팀이 넥센이란 점에서 선발 카드로는 부담이 없지 않았다. 여기에 박정진이 지난 14일 수원 kt전에서 단 2개의 공을 던진 뒤 18일까지 4일 동안 휴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일정상 선발등판에는 큰 무리가 없다. 
지난 1999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박정진은 프로 통산 593경기 중 선발등판이 14경기밖에 안 된다. 2000년 1경기, 2001년 6경기, 2002년 4경기, 2003년 3경기로 2004년부터 불펜투수로만 던졌다. 선발 14경기 성적은 2승6패. 마지막 선발승은 지난 2002년 5월5일 잠실 LG전으로 당시 7⅓이닝 3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친 바 있다. 
▲ 한화 선발진의 씁쓸한 현실
그러나 박정진은 올 시즌 34경기에서 3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6.82로 부진하다. 넥센전 평균자책점 역시 13.50으로 좋지 않다. 선발로 시즌을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긴 이닝을 던지기 쉽지 않다. 박정진이 흔들리면 두 번째로 나올 투수 역할이 중요하다. 20일이 월요일 휴식일이기 때문에 위닝시리즈를 위해서라도 남은 불펜투수들을 총동원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정진 깜짝 카드는 한화 선발진이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잘 보여준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염증으로 단 5경기 등판에 그쳤고,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부진을 거듭한 끝에 김성근 감독은 "내 선에서 끝났다"며 더 이상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실상 외국인투수 2명이 없이 시즌을 나고 있다. 
이태양마저 손가락 물집 탓에 지난 주말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송은범과 윤규진만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을 뿐, 장민재와 송신영도 상황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계속 오가는 스윙맨이다. 최근 6경기에서 한화는 선발투수가 5이닝 이상 던진 경기가 없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져 뒤죽박죽 뒤엉켰고, 결국 박정진을 선발로 투입하는 고육책을 쓰게 됐다. 
마땅한 선발 대체 카드가 없었다고 하지만, 10년 넘게 불펜에서만 던져온 최고참 구원투수를 선발로 쓰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한 야구인은 "대부분의 팀들이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가 비면 젊은 투수들에게 기회를 준다. 한화는 언제 젊은 투수를 키우려 하는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박정진이 어떤 투구를 할지는 뚜껑을 열어 봐야 알지만 한화에는 개운치 않은 현실임에 틀림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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