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신, 18일 한화전 2연속 번트 한화 교란
과감한 주루 플레이까지, 역전승 숨은 공헌
"스페셜리스트들이 5승은 해줬다".

야구는 주전 선수만 잘해선 안 된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백업 선수들이 존재해야 강팀이 될 수 있다. 올 시즌 넥센이 3위로 기대이상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유재신이나 박정음, 홍성갑 같은 스페셜리스트들이 5승은 해줬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청주 한화전에서 넥센을 대표하는 스페셜리스트인 유재신의 가치가 반짝반짝 빛났다. 7회말 수비에 중견수로 교체 출장한 유재신은 6-5로 역전한 8회초 1사 3루에서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 투수 정우람의 초구에 유재신이 기습 번트 동작을 취했다. 타구는 1루 라인 밖으로 벗어나는 파울.
하지만 실패에 굴하지 않았다. 유재신은 정우람의 2구째가 손에서 떠나기 직전 기습적으로 다시 번트 동작으로 전환했다. 포수 조인성이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했지만 유재신의 순간 동작으로 정우람의 공이 왼쪽 높게 치우쳤다. 결국 공이 뒤로 빠지는 폭투가 됐고, 3루 주자 서건창이 홈에 들어와 7-5로 달아났다.
2연속 번트 시도는 모두 염경엽 넥센 감독이 벤치에서 보낸 사인이었다. 세이프티 스퀴즈. 유재신은 "두 번 연속 기습번트 사인이 났다. 보통 두 번 연속으로 번트 사인이 잘 나지 않지만 상대 1루수(로사리오)가 느린 선수였다. 캠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연습하고 있는 부분이라 담담하게 플레이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의 과감한 2연속 번트 작전 구사와 유재신의 기민한 움직임이 한화를 무너뜨린 것이다. 타석에서 풀카운트까지 승부 끝에 볼넷으로 걸어 나간 유재신은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어 김하성의 헛스윙 삼진 때 심수창의 공이 옆으로 흐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3루까지 훔쳤다. 포수 조인성은 당황한 나머지 3루로 송구했지만 유재신의 발이 더 빨랐고, 타자 김하성까지 낫아웃으로 출루했다. 그 결과 8회 7득점 빅이닝.
유재신은 "내가 들어갈 때는 항상 작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생각을 많이 한다. 3루로 뛸 때도 공이 바로 앞에 떨어져 원래 같으면 뛰지 않아야 하는데 상대가 조금 느슨하게 하는 것이 보여 공격적으로 했다. 이런 게 내가 당연히 해야 할 플레이"라며 "작전 실패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지만 떨수록 결과가 안 좋아지더라. 대주자를 하면서 긴박한 상황을 많이 경험했고, 실패하면 다음이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46경기에서 38타수 7안타 타율 1할8푼4리에 그치고 있는 유재신이지만 1군 고정 멤버로 자리하고 있는 이유를 보여줬다. 유재신은 "나뿐만 아니라 (김)지수형이나 (박)정음이도 스페셜리스트로 보내기 번트와 히트앤드런, 도루와 수비까지 캠프 때부터 주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 쪽에 더 신경 쓰고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짧지만 결정적 순간을 위해 스탠바이하고 있는 '숨은 1인치' 스페셜리스트들이 있어 넥센은 강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