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시절 이후 무려 16년 만의 맞대결이었다. 서 있는 위치도 사뭇 달라졌다. 이 역사적 만남에서 추신수(34·텍사스)가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기록에 흠집을 냈다. 빠른 공 승부에서 추신수가 이기며 결국 오승환의 11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마감시켰다. 이는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1982년생 동갑내기인 두 선수는 19일 미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지금과는 반대인 투수 추신수와 타자 오승환으로 만난 적이 있지만 프로 데뷔 후에는 첫 맞대결이었다. 오승환의 보직이 불펜투수가 여러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날 맞대결을 성사됐다.
오승환은 지난 11일 강정호(29·피츠버그)와의 맞대결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거뒀다. 이날도 치리노스와 모어랜드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추신수가 타석에 섰다. 오승환은 추신수만 막아내면 이날 임무를 완벽하게 끝낼 수 있었다. 반면 0-3으로 뒤진 텍사스의 상황에서 추신수는 반드시 출루를 해야 했다.

초구는 의외였다. 오승환은 느린 커브를 한가운데로 찔러 넣어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추신수로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할 법한 변화구였다. 2구째는 95마일(153㎞) 빠른 공이었다. 바깥쪽 공이었는데 추신수도 반응했으나 타이밍이 조금 늦어 파울이 됐다.
2S의 절대적인 유리한 카운트에서 오승환은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많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과 몰리나 배터리는 바깥쪽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하지만 이것이 가운데로 조금 몰렸고 추신수가 놓치지 않았다. 방망이를 툭 갖다 대 중견수 앞으로 나가는 안타를 만들었다. 변화구를 염두에 둬야 했던 추신수가 빠른 공 정면 승부까지 이겨내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 타자의 진가를 과시했다.
여기서 흔들린 오승환은 이후 앤드루스에게 우익수 옆 2루타를 맞았고 마자라의 타석 때는 슬라이더가 뒤로 빠지며 1점을 허용했다. 이어 마자라의 1루 땅볼 때는 아담스의 실책까지 나오며 1점을 더 내줬다. 비자책점이기는 하지만 1점차까지 추격 당해 진땀이 흘렀다.
오승환은 이후 벨트레에게도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필더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결국 추신수에게 맞은 안타가 2실점의 화근이 된 셈이 됐다. 반면 크게 보이지 않았던 추신수의 중전 안타는 텍사스가 이날 승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8회 2점을 따라간 텍사스는 9회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을 두들겨 무사 만루를 만들었고 1사 만루에서 추신수의 밀어내기 볼넷과 데스먼드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8회 추신수가 출루하지 못했다면 2점도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9회 추신수의 밀어내기 볼넷 기회도 오지 않을 수 있었다. 추신수가 오승환을 울리며 팀 역전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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