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타율 0.433-3홈런 공·수 대활약
솔선수범으로 팀 분위기 살려, 리더로도 빛나
SK 주장 김강민(34)은 올해 부상으로 한 달 정도 1군에서 빠져 있었다. 5월 7일 대구 삼성전에서 스윙을 하다 늑간근에 문제가 생겼다. 손을 대기 어려운 부위라 사실상 마냥 쉬면서 근육이 붙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말소된 김강민은 6월 10일에나 1군에 복귀했다. 33일 동안 자리를 비웠다.

자신의 몸도 몸이지만 팀 성적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결과는 매일 체크를 했다. 그러나 팀 성적은 떨어지고 있었다. 김강민이 있을 때 19승12패를 기록했던 SK는 공교롭게도 김강민이 빠져 있는 동안 8승18패를 했다. 어떻게 도움이 될 수가 없기에 더 답답했다.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재활 막바지에 이르렀던 김강민은 무엇보다 팀 분위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어차피 성적이야 올라갈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다. 좋을 때는 가만 놔둬도 팀이 돌아가지만, 떨어질 때는 팀 분위기가 처지기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분위기만 유지하면 언제든지 올라갈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들리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았다. 선수들은 추락하는 성적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컸다. SK는 이번 전지훈련을 좋은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했다. 새 주장으로 선임된 김강민의 공이 컸다. “주장을 해본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라고 걱정을 드러냈지만 말보다는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었다. 여기에 오랜 기간 함께 한 박정권 조동화 이대수 박재상 채병룡 등 베테랑 선수들이 함께 움직이며 김강민에게 힘을 보탰다. 시즌 초반 객관적인 전력 이상의 성적도 그런 좋은 분위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김강민은 그 분위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1군에 돌아가면 그 분위기부터 먼저 살리겠다고 다짐했다. 한 달을 쉬었지만 부상 직전 좋았던 타격감을 어느 정도 간직하고 있어 나름 자신감도 있었다. 그리고 김강민은 그 약속을 그라운드에서 지키고 있다. 자신부터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며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맹활약이다. 김강민은 복귀 후 18일까지 9경기에 나섰다. 이 기간 타율은 무려 4할3푼3리에 이른다. 홈런 3개를 쳤고 타점 6개를 올렸다. 홈런은 팀에 선취점을 안기거나 결정적인 순간 터져 순도 만점이었다. 최근에는 3번 타순에 배치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최정을 하위타선으로 내려 머리를 식히게 할 수 있는 것은 김강민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공교롭게도 극심한 타선 침체에 시달리던 SK는 주장의 복귀 이후 타선이 대폭발하고 있다. 최근 1주일만 놓고 보면 리그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기에 수비는 명불허전이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로 좌·우익수들의 수비 부담도 줄여준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나온 완벽한 펜스 플레이는 김강민이기에 할 수 있는 대단한 장면이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팀의 실점 위험성을 줄여가고 있다.
무엇보다 덕아웃에서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흔적이 보인다. 후배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고 또 격려도 한다. 그렇게 SK는 5연승을 내달렸고, 이제 패배의 부담감에서 상당 부분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이런 상승세가 시즌 끝날 때까지 이어지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한 차례 고비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김강민은 일단, 돌아오자마자 약속을 지킨 셈이 됐다.
한숨을 돌린 김강민은 이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뛴다.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이후 경기 중 생긴 두 차례의 불운한 부상으로 몸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 김강민이다. 책임감이 크다. 지난해에는 코칭스태프에 부상을 숨기고 경기에 나서기도 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준비한 올 시즌이다. 김강민의 개인과 팀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