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맘’이 해냈다, 안시현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우승…국내 대회 12년만에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6.19 16: 38

 ‘골퍼맘’ 안시현(32, 골든블루)이 ‘엄마의 힘’을 제대로 보여줬다. 제30회 한국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팬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홍란-홍진주와 더불어 ‘언니들이 간다’조로 편성 돼 경기를 펼쳤던 안시현이 결국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다. 국내 대회에서는 12년 만에 안아보는 우승컵이다. 
19일 ‘기아자동차 제 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0억 원, 우승상금 2억 5,000만 원) 결승전이 열린 베어즈베스트 청라CC(파72, 6619야드, 인천 서구). 잔인한 ‘1타’의 게임이 끝나고 안시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6시즌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최종라운드는 KLPGA 투어 메이저대회 답게 마지막까지 예단을 불허하는 혼전의 연속이었다. 

정연주(24, SBI저축은행)와 김해림(27, 롯데)이 함께 한 챔피언조가 전반 9홀을 마무리 했을 때의 리더보드를 보자. 이븐파 공동 1위가 3명, 1오버파 공동 4위가 2명, 2오버파 공동 6위가 4명이었다. 우승을 노릴 만한 선수들이 10위권 안에 2타차로 촘촘히 자리잡고 있었다. 1타를 실수하면 3,4계단이 뚝 떨어진다. 잔인한 게임이다.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이 자주 쓴다는 경구 ‘일구이무'가 떠오른다. 공 하나에 혼신의 에너지를 쏟을 뿐 두 번째 공은 없었다. 
3라운드까지 3오버파 공동 12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안시현은 전반 9홀에서 보기 없이 2타를 줄이면서 조용히 선두권을 넘봤다. 여세를 몰아 파5 10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공동 선두가 됐고,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안시현은 15번 홀에서 보기를 범해 잠시 주춤했으나 16번 홀에서 14m 장거리 퍼팅이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이븐파로 복귀 했다. 4일간 71-74-74-69타를 친 안시현은 최종 합계 이븐파로 단독 1위에 이름을 올린 뒤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안시현이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4년 5월 MBC·엑스캔버스 여자오픈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2003년 제주에서 열린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 우승해 신데렐라가 됐던 안시현은 이듬해 LPGA에 진출해 활동하다가 결혼과 출산으로 공백기를 가진 뒤 2014년부터 KLPGA에 복귀했다. 복귀 이후에는 2015년 7월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올린 5위가 최고의 성적이고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2000여 명의 갤러리를 몰고 다닌 박성현(23, 넵스), 3라운드 단독 선두 정연주, 시즌 2승을 노리는 김해림…, 우승권에 있던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탄성 보다는 탄식이 많았다. 특히 박성현가 경기를 펼치는 홀은 갤러리와 함께 하는 탄식의 도가니였다. 홀컵의 변죽을 울리며 지나가는 공이 여럿이었다. 그때마다 박성현도 보기 드물게 큰 액션을 취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마지막까지 안시현을 위협한 박성현은 그러나 전반 9홀을 갤러리들의 애만 태우고 타수를 줄이지는 못했다. 후반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 사냥을 시작하는가 했지만 ‘곰의 지뢰밭’으로 불리는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추격의 고삐를 늦췄다. 이후 홀에서도 박성현은 파행진만 거듭했다. 박성현은 1오버파 단독 2위. 단독 선두의 상황에서 클럽하우스에서 머물던 안시현은 연습장에 나와 연장을 대비해 퍼팅 연습을 하다가 ‘감격의 순간’을 맞이했다. /100c@osen.co.kr
[사진] 안시현의 경기 모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