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해냈다’ 안시현, 그러나 “욕심내지 않았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06.19 18: 12

 베테랑의 힘은 역시 큰 무대에서 나왔다. 제 30회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1, 2라운드에서 ‘나이 많은 선수’들을 묶은 ‘언니들이 간다’조에 편성 됐던 안시현(32, 골든블루)이 결국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첫 메이저대회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올들어 총상금이 대폭 인상 된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은 우승상금이 2억 5,000만 원이나 된다. 뿐만 아니다. 안시현은 부상으로 기아자동차의 베스트셀링 RV카인 카니발 하이리무진도 받았고 내년 초 열리는 LPGA 투어 기아클래식 출전권도 얻었다. 
‘언니들’의 활약은 안시현 뿐만이 아니었다. ‘언니들이 간다’ 조에 함께 편성 됐던 홍진주(33)도 최종합계 4오버파로 공동 6위에 올랐다. 베테랑 선수들이 왜 큰 대회에서 강한 지는 마음가짐에서 알수 있었다. 

4살 난 딸을 키우고 있는 골퍼맘이기도 한 안시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3주전 경기(E1 채리티 오픈)에서 너무 회의가 들었다. 이제 선수 생활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다시 해보자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안시현이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국내 무대에서는 12년만에 다시 우승컵을 안게 됐다. 종전 우승 기록은 2004년 5월 MBC·엑스캔버스 여자오픈이 있다. 안시현은 LPGA에서도 1승이 있다. 2003년 제주에서 열린 LPGA 투어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 우승해 신데렐라가 된 것이 바로 그 기록이다. 2002년부터 CJ가 4년간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얻은 우승이다. 안시현은 LPGA 진출 첫해인 2004년 신인왕에도 올랐지만 더 이상의 우승 기록은 없었다. 
2011년 결혼과 출산으로 선수 생활을 멈췄던 안시현은 2014년 KLPGA 무대에 복귀했다. 시상식 후 미디어센터를 찾은 안시현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우승의 원동력은?
▲세팅이 어렵다 보니 욕심내지 않고, 이븐파만 치자고 생각했던 게 도움이 됐다. 실수를 하더라도 더블 보기 이상만 하지 말자고 목표 설정을 했는데 좋을 결과를 내서 다행이다. 우승은 할 줄 몰랐고, 생각도 안했다. 개인적으로도 침체기여서 욕심 안 내고 차분히 준비했다. 
-16번홀 버디가 결정적이었다. 
▲15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왜 보기를 했을까 자책을 했다. 16번홀에서는 욕심내지 말고 컵에 가까이 붙여 파를 하자는 생각으로 친 것이 버디가 됐다. 버디 성공 후 우승 예감 같은 건 못했지만 온몸에 소름 같은 게 확 끼쳤다. 이제 됐다 편하게 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투어에 복귀하면서 어떤 게 힘든가?
▲딸이랑 떨이지는게 힘들고, 체력적으로 달리는 게 힘들다. 더 힘든 것은 우승을 목표로 하지만 성적이 나지 않은 일이 잦아 정신적으로 힘들어 질 때다. 3주전에 정말 힘들어서 선수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주변에서 힘이 돼 주시는 분들 덕분에 마음을 잡고 다시 경기에 나올 수 있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기아 클래식에 출전하게 됐는데, 만약 그 대회에서 우승한다면 LPGA에서 뛸 생각은 있는가?
▲잘 모르겠다. 
-딸은 좋아하는가?
▲딸은 아직 우승이 뭔지 모른다. 그냥 사람들이 꽃다발 주고 우승컵 주고 하니까 그게 재미있어 하더라. 나중에라도 딸이 자랑스러워해줬으면 좋겠다.
-상금 순위가 대폭 상승했는데 타이틀 욕심도 있는가?
▲타이틀 얽매이고 싶지 않다. 순위나 목표를 정해 놓으면 나를 얽매는 요소가 돼 오히려 힘든 경우가 많았다. 나 스스로에게 준비 잘하고 후회 없이 경기 하자는 생각이다. 매 대회 우승했으면 좋겠지만 잘 되도록 노력할 뿐이다. 올해 우승 하나 하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우승을 했으니 다시 마음도 다잡아봐야겠다. /100c@osen.co.kr
[사진] 시상식에서 우승 소감을 말하며 굵은 눈물을 흘리는 안시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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