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0일부터 남해로 물러났던 장마 전선이 다시 북상하면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 제주와 남부지방을 시작으로 21일부터 중부 지방에도 장마 전선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장마가 시작되면 비 때문에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날도 생기기 마련이다.
주축 선수들의 잇딴 부상에 신음하는 삼성은 날씨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군은 21일부터 사흘간 넥센과의 원정 3연전이 예정돼 있다. 넥센의 홈그라운드인 고척 스카이돔은 비가 아무리 많이 쏟아져도 경기하는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삼성이 날씨에 장마의 시작 여부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날씨의 영향에 따라 구자욱과 조동찬의 복귀 시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구자욱과 조동찬은 오는 21일 상무와의 퓨처스 3연전을 소화한 뒤 24일 kt와의 주말 3연전에 앞서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류중일 감독은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3경기를 소화하고 1군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비 때문에 퓨처스 경기를 치르지 못한다면 이들의 복귀 시점은 늦춰질 듯. 이에 류중일 감독은 "다음주 비가 오면 안되는데"라고 노심초사했다.

구자욱과 조동찬이 가세할 경우 팀 전력은 한층 강해진다. 지난 주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1승 5패를 기록했던 삼성은 득점 찬스마다 무기력한 모습으로 물러났다. 팀내 최고의 타격감을 과시 중인 구자욱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 터. 팀성적이 좋지 않을때마다 전력에서 이탈했던 선수들이 그립기 마련인데 요즘 들어 구자욱의 빈 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구자욱의 복귀 효과는 크다. 구자욱이 전력에서 이탈한 뒤 박해민이 1루 수비를 맡았다. 리그 최고의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박해민이 1루 수비를 맡는 건 전력 낭비와도 같다. 1루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나 그가 빠진 외야는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 류중일 감독 역시 "10개 구단 외야수 가운데 수비 만큼은 박해민이 가장 뛰어나다. 우리 팀 선수라 그런 게 아니라 발빠르고 타구 판단 능력이 확실히 뛰어나다"고 엄지를 세웠다.
삼성은 17일 대구 두산전서 5-2로 앞선 9회 2사 1,3루 위기에 놓였으나 박해민이 허경민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걷어내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박해민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수비였다. 당시 마운드를 지켰던 심창민은 "정말 속이 타들어가는 줄 알았다. (허)경민이형의 타구가 빠졌다면 주자 모두 들어오고 2사 2루 상황이 됐을텐데 왠지 모르게 (박)해민이형이라면 잡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구자욱이 1루를 맡고 박해민이 중견수로 나서는 게 가장 이상적인 수비 포메이션이다.
조동찬은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우타 거포 자원이 부족한 팀 사정상 건강한 조동찬이 장타 생산에 가세한다면 팀 타선의 무게감은 배가 될 듯.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10경기 타율이 4할(35타수 14안타)에 이를 만큼 쾌조의 타격감을 뽐냈다. 여러모로 쓰임새가 다양한 만큼 벤치에서도 그의 복귀를 학수고대할 수 밖에. 끝모를 부진에 허덕이는 삼성은 구자욱과 조동찬의 정상적인 1군 복귀를 위해 비가 내리지 않길 바랄 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