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은 아니다. 그러나 고려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수뇌부가 마무리 교체 카드에 대해 처음으로 변화된 언급을 했다. 트레버 로젠탈(26)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마무리를 바꾸거나 임시방편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오승환(34)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단장과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지역 라디오 방송인 ‘KMOX’에 나란히 출연, 최근 팀의 현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역시 마무리 보직이었다. 지난 2년간 93세이브를 기록한 로젠탈이 올 시즌 들어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로젠탈은 19일까지 올해 26경기에서 22이닝을 던지며 2승2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 중이다. 블론세이브는 두 차례가 있었다. 평균자책점만 봐도 로젠탈의 올해 성적이 정상이 아님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세부 지표는 더 불안하다. 피안타율은 2할6푼7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91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기에서 불안했지만 19일에는 블론세이브까지 기록하며 고개를 숙였다. 로젠탈은 19일 텍사스와의 홈경기에서 3-2로 앞선 9회 등판했으나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무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결국 세인트루이스는 케빈 시그리스트로 투수를 교체했다. 대개 이런 상황은 마무리 투수가 끝장을 보게끔 놔두는 게 일반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로젠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로젠탈은 경기 후 “현재 상태에는 큰 문제가 없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모젤리악 단장과 매시니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젤리악 단장은 최근 팀 성적에 다소간 실망을 느낀다고 하면서 “우리는 로젠탈이 좀 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라고 주문했다.
이어 모젤리악 단장은 “언젠가는 마무리 교체에 대한 고려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 현재까지는, 우리는 로젠탈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당장 마무리를 바꿀 생각은 없지만 부진하다면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로젠탈에 대한 굳은 신뢰를 수차례 드러냈던 매시니 감독 또한 마무리 투수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선수의 현재 컨디션이라고 밝혔다. 팀 내 입지나 과거 성적보다는 지금이 중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로젠탈의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돌려 말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매시니 감독은 “만약 그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젠탈이 팀 마무리로서의 역량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불펜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는 역시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19일까지 35경기에서 35⅔이닝을 던지며 2승12홀드 평균자책점 1.77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162), WHIP(0.81) 또한 안정감이 있다. 여기에 무엇보다 한·일을 평정한 경험 많은 투수다. 마무리 보직과 상황의 압박감이 전혀 낯설지 않다. 만약 세인트루이스가 마무리 교체 카드를 꺼내든다면 가장 적합한 선수임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