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위험' 오타니, 투타겸업 양날의 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0 05: 45

마치 만화에서 볼 법한 투·타 겸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22·니혼햄)가 쾌속 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은 점점 커진다. 무엇보다 타자로 나섰을 때 부상 위험이 적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오타니는 19일 일본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안타 2개만을 허용한 반면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시즌 6번째 승리이자 5연승. 12탈삼진은 올 시즌 개인 최다다. 최고 구속은 161㎞였다. 시즌 초반 밸런스가 흐트러지며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오타니는 어느새 안정을 되찾으며 본격 순항을 알리고 있다. 평균자책점도 2.21까지 내렸다.
투수로 맹활약 중인 오타니지만 올해는 타석에서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이날 5번 투수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오타니는 타석에서도 2타수 1안타 2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첫 번째 볼넷은 팀의 결승점 발판이 되는 볼넷이었고, 두 번째 볼넷은 1-0으로 앞선 8회 나온 밀어내기 볼넷으로 영양가가 높았다.

일본을 대표하는 투수들도 오타니를 만만하게 보지 못할 정도로 매서운 방망이를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이날까지 41경기에 나가 타율 3할3푼6리를 기록 중이다. 홈런을 9개나 쳤고 타점도 24개를 기록하는 등 출루율(.434)과 장타율(.664)의 합인 OPS가 무려 1.098에 이른다. 전업 타자라면 중심타선에 들어가도 될 정도의 성적이다.
그러나 부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투구나 타구에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 타격에 큰 미련을 가지지 않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는 오타니라면 더 그렇다. 또한 베이스러닝 중에도 부상 위험은 항상 도사린다. 충돌하는 경우도 생긴다. 19일 경기는 투·타 겸업이 주는 부상 위험도를 실감할 수 있는 경기였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오타니는 자신이 친 타구에 정강이를 맞았다. 보호대가 있었지만 정강이와 무릎 사이에 공을 맞는 바람에 충격이 컸다. 고통을 호소한 오타니는 잠시 치료를 받아야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라 다시 마운드에 섰지만 자칫 잘못했으면 강판까지 이를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 다음에서 위기 상황이 있었다. 6회 2사 후 볼넷으로 출루한 오타니는 레어드의 2루타 때 홈으로 전력질주해 이날 결승점을 올렸다. 그런데 홈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었다. 역시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오타니는 간단한 치료를 받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오타니의 유니폼은 흙으로 상당 부분 더러워진 상황이었다.
오타니는 경기 후 “오늘은 긴 이닝을 던지기 위해 힘을 조금 빼고 던졌다. 변화구도 많이 던졌다”라면서 “주루가 가장 어렵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타니도, 소속팀인 니혼햄도 투·타 겸업을 포기할 생각은 아직 전혀 없다. 하지만 점차 타자 출장 빈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상에 대한 부담감은 같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오타니로서는 약간의 행운도 필요할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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