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히 보며 아무 생각 없이 직구를 찔러 넣는다면 큰 코를 다친다. ‘타격 기계’의 위용을 완벽하게 회복한 김현수(28·볼티모어)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패스트볼 킬러로 거듭났다. 타율만 놓고 보면 수많은 선수 중 전체 1위의 괴력이다.
김현수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하는 등 5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이날 선발 2번 좌익수로 출전한 김현수는 1회 첫 타석에서 좌전안타,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우전안타, 8회 마지막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종전 3할2푼7리에서 3할4푼으로 올라 최근의 미니 슬럼프에서 완벽히 탈출했음을 알렸다.
전날(19일) 결장했지만 18일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한 김현수의 감은 아직 살아있었다. 자신 있는 스윙으로 외야로 빠져 나가는 빠른 타구들을 만들어냈다. 타구 방향도 각 방향으로 하나씩 고루 나왔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김현수가 이날도 패스트볼 유형 계통의 공에 강점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1회 안타는 스트로먼의 92마일(148㎞) 투심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고 김현수 특유의 스윙을 해 안타를 만들어냈다. 4회 두 번째 안타도 바뀐 투수 지아비니의 93마일(150㎞) 포심패스트볼이 역시 치기 좋은 코스에 들어오자 초구부터 방망이를 돌려 1·2루간을 꿰뚫었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도 스토렌의 91마일(146km) 싱커를 안타로 연결시켰다.
보통 MLB에서 패스트볼 계통은 포심·투심·커터·싱커로 나뉜다. 궤적과 그립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공에 비해 빠르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한 바구니에 묶이기도 한다. 그리고 김현수는 이 패스트볼에 매우 강하다. 타율은 MLB 전체 1위다.
이날 경기 전까지 김현수는 패스트볼(포심·투심·커터·싱커) 타율이 무려 4할6푼8리(47타수 22안타)에 이르렀다. 이는 25번 이상의 결과를 낸 MLB 타자 중 리그 1위다. 이날 성적까지 합산하면 5할에 이른다. 김현수의 컨택 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부문 2위는 올 시즌 놀라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는 다니엘 머피(워싱턴)로 4할2푼4리, 3위는 맷 조이스(피츠버그)로 4할1푼8리다. 극상위권에서도 조금은 차이가 난다.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 중인 타자는 전체 6명뿐이다.
역시 패스트볼을 잘 치기로 소문난 강정호(피츠버그)는 3할5푼9리(64타수 23안타), 이대호(시애틀)는 2할9푼8리(84타수 25안타)다. 올 시즌 표본이 많지 않은 추신수(텍사스)의 경우는 지난해 3할2푼6리(328타수 107안타)를 기록했다. 비록 아직은 지켜봐야 하는 부분이 있을지라도 김현수의 성적은 주목할 부분이 있다.
수많은 변화구가 저마다 매력을 뽐내는 시대지만 어쨌든 투수의 기본은 패스트볼이다. 선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어찌됐건 50~60%는 패스트볼로 던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현수가 패스트볼에 강점을 보인다는 것은 MLB 연착륙의 가장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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