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서 외국인 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한 것은 역대 두 번밖에 없다. 1998년 타이론 우즈(당시 OB)가 42개의 홈런을 치며 첫 외인 홈런왕이 됐고, 2005년 래리 서튼(당시 현대)이 35개로 홈런왕을 차지한 게 마지막이다. 그 후로는 토종이 홈런왕 계보를 독식했다.
당대를 대표하는 토종 거포들이 힘을 발휘한 점도 있고, 외국인 선발이 투수 쪽으로 치우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인 타자들이 다시 힘을 내고 있다. 메이저리그로 건너간 박병호(현 미네소타)라는 절대 강자가 빠진 가운데 홈런 부문 상위권에 외국인 선수들의 이름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11년 만의 외인 홈런왕 탄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는 추세다.
20일까지 홈런 부문 선두는 NC의 특급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30)다.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테임즈는 초반 다소 더뎠던 출발을 딛고 21개의 홈런을 기록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9일 수원 kt전에서는 단번에 2개의 홈런을 치며 올 시즌 처음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은 타자가 됐다.

외국인 선수가 20홈런 고지를 선점한 것은 올해 테임즈까지 총 7번째다. 테임즈는 지난해에도 개인 57번째 경기였던 6월 9일 20홈런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홈런을 친 선수가 됐던 기억이 있다.
테임즈는 전체 타구의 8.3% 가량을 홈런으로 만들고 있다. 3할7푼6리의 높은 타율까지 기록하고 있고 힘이야 검증이 끝난 선수니 매우 유력한 홈런왕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앞뒤를 받치는 선수들의 힘도 강력해 마냥 피해갈 수도 없다. 2014년 37홈런으로 3위, 지난해 47개의 홈런으로 역시 3위에 오른 테임즈로서는 생애 첫 홈런왕을 향한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김재환(두산·19개)이 2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3·4위도 외국인 선수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루이스 히메네스(LG)가 17개로 3위를 달리고 있고, 엄청난 힘으로 몸값을 증명하고 있는 윌린 로사리오(한화)가 16개로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히메네스는 3할6푼6리의 타율에서 보듯 정확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은 타 선수들에 비해 불리한 조건이다. 이에 복병으로 떠오를 수 있는 선수는 로사리오가 될 수도 있다. 대전구장도 넓은 편이지만 잠실만큼 크지는 않고, 로사리오는 구장과 관계없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엄청난 힘을 갖춘 전형적인 홈런 타자이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변화구에 적응하지 못해 다소간 애를 먹었던 로사리오다. 4월 22경기에서는 홈런이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적응 이후는 완전히 다르다. 5월 25경기에서 9개의 홈런을 치며 기지개를 켠 로사리오는 6월 16경기에서는 타율 3할9푼4리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6개의 홈런을 때렸다. 적어도 지금 현재의 홈런 페이스만 놓고 보면 가장 뛰어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이에 맞서는 토종들의 반격도 관심사다. 현재 김재환이 2위에 올라 있고, 최형우(삼성) 최정(SK) 이범호(KIA)가 각각 15개의 홈런을 쳐 공동 5위다. 지난해 박병호만큼 압도적인 홈런왕 후보는 없지만 역시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는 김재환, 2011년 홈런왕 레이스에서 승자가 된 경험이 있는 최형우는 기대를 걸어볼 만한 타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