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감을 찾은 최승준(28·SK)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가고 있다. 쳤다 하면 장타가 나오며 잠재적 거포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제 KBO 리그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최승준은 지난 주 잊을 수 없는 시기를 보냈다. 16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한 경기 홈런 두 개로 폭발하더니, 18일과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는 2경기 연속 홈런포를 터뜨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특히 18일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친 결승 솔로포는 사직구장 좌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거리를 자랑했다.
이로써 최승준은 개인 첫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시범경기에서 삼진왕 불명예에 이어 4월 한 달간도 타격감이 좋지 않아 2군행을 경험해야 했던 최승준의 극적인 반전이다. 최승준은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있는 5월 이후 36경기에서 타율 2할9푼2리, 10홈런, 22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SK 타자 중 홈런은 최정과 공동 1위, 타점은 최정(28타점) 정의윤(27타점)이라는 팀 내 확고부동한 중심타자에 이어 3위다.

출루율도 4할1푼3리로 선구안까지 보여주고 있고 장타율은 0.663, OPS(출루율+장타율)는 1.076에 이른다.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시즌 OPS도 어느덧 1.001을 기록 중이다.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만큼 앞으로 더 탄탄대로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유효하다. 그렇다면 보상선수 역사에 대박 성공사례를 쓸 수도 있다.
역대 FA 보상선수는 투수들의 비율이 높았다. 타자들의 성공 사례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다. 가장 성공한 선수로는 2009년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이원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적 후 두산의 주전 3루수 자리를 차지한 이원석은 이적 직후인 2009년 125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을 기록했다. 두산 이적 후 성적은 610경기에서 타율 2할7푼1리, 48홈런, 243타점이었고 상무에서 이제 제대를 앞두고 있다.
보상선수로 이적한 직후 최다 홈런 기록은 2004년 진필중을 대신해 LG에서 KIA로 간 손지환 현 SK 타격코치가 가지고 있다. 손 코치는 2004년 114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1리, 13홈런, 42타점을 기록했다. 보상선수로 이적한 직후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사례다. 손 코치는 이듬해인 2005년에도 107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쳤고 2007년까지 KIA에서 활약했다.
최승준은 시즌의 절반이 지나가기도 전인 현재 벌써 10개의 홈런을 쳤다. 장타력은 입증이 됐으니 손 코치의 기록을 무난하게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는 잠실이라는 거대한 경기장에 짓눌려 자신의 장타력을 발휘하지 못한 최승준이 거포 잠재력을 만개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지명권을 행사했다. 앞으로 걸림돌이 되는 부분도 없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