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불안에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화가 결국 외국인 투수를 교체했다. 파비오 카스티요(27)가 퇴출이 결정된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대신해 한화 유니폼을 입는다. 기록과 경기 영상만 보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슈는 제구와 결정구가 될 전망이다.
한화는 20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카스티요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연봉은 25만 달러다. 시즌 절반이 지난 상황이라 잔여기간 연봉만 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도 총액 50만 달러 수준으로, 100만 달러에 이르는 외인 선수들이 적잖은 KBO 리그에서는 싼 편에 속한다.
이미 에스밀 로저스와 윌린 로사리오에 거액 연봉을 투자하고 있는 한화로서는 재정 여건상 더 이상의 거액 지출이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로저스와 같은 특급 선수를 데려오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이야기였다. 다만 마에스트리의 부진을 계속 지켜볼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카스티요를 통해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카스티요는 지난 18일 소속팀에서 방출돼 한화행 절차를 밟아왔으며 20일 입국했다.

도미니카 출신의 카스티요는 지난 2006년 텍사스와 계약하며 꿈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텍사스·샌프란시스코·신시내티·볼티모어·샌디에이고 등 여러 팀에서 문을 두들겼다. 그러나 메이저리그(MLB) 무대는 밟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0시즌 동안 305경기(선발 50경기)에서 28승46패22세이브 평균자책점 4.55다. 올해 트리플A 무대에서는 7경기(선발 6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4.66에 머물렀다.
성적만 놓고 보면 특별한 경력은 아니지만 한화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측면에 주목하고 있다. 한화는 카스티요에 대해 “신장 186㎝, 몸무게 95㎏으로 최고 158㎞의 빠른 직구에 투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던지는 우완 정통파 투수”로 소개했다. 타자를 상대하는 힘은 가지고 있다는 기대다.
다만 158㎞의 빠른 공은 예전 일이며 기록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제구다. 카스티요는 올해 트리플A 무대에서 3.96개의 9이닝당 볼넷 개수를 기록했다. 2014년에는 4.70개, 2013년에는 4.11개였다. 9이닝당 볼넷 개수로 제구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타자와의 카운트 싸움을 어렵게 가져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있다.
제구 문제를 드러내며 최근 퇴출된 로버트 코엘로의 지난해 트리플A 9이닝당 볼넷 개수는 3.86개로 오히려 카스티요보다 낮았다. 역시 강속구 유형의 투수인 헨리 소사(LG)의 2014년 트리플A 볼넷 개수는 2.97개 수준이다. 카스티요의 볼넷 허용률이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다. 여기에는 제구 문제보다는 결정구 문제가 더 클 수도 있다.
실제 트리플A에서의 직전 등판인 지난 15일 알버커키와의 경기와의 영상을 보면 카스티요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날 카스티요는 4이닝 동안 7피안타 3볼넷을 기록했다. 수비 도움도 받지 못해 자책점은 1점이었지만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이날 카스티요의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5마일(153㎞) 정도였다. 빠른 공은 꾸준히 93~95마일 정도를 기록했다. 스윙까지 나오는 자세는 다소 둔탁하지만 순간적으로 공을 때릴 수 있는 힘은 보여줬다. 주무기로 활용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의 구속은 80마일 초·중반대였다. 최고 86마일(138㎞)에 이른 슬라이더의 낙폭은 비교적 커 보였다.
볼넷 비율이 높지만 제구가 영점을 잡지 못하고 들쭉날쭉 날리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문제는 결정구다.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고도 승부하지 못해 싸움이 길게 가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의 낙폭은 좋았지만 타자의 헛스윙을 연신 유도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커트 능력이 좋은 KBO 리그에서는 좌타자 상대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유형이다.
한화가 카스티요에 바라는 것은 지난해 로저스처럼 한 경기를 모두 책임져 줄 수 있는 특급 피칭이 아니다. 일단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최대한 많은 이닝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트리플A 무대에서는 4일 휴식 후 로테이션을 비교적 꾸준히 지켰다. 한화는 어쨌든 카스티요를 최대한 많이 내보내는 전략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카스티요가 지친 한화 마운드를 구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