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기복이 있을 법도 하지만 꾸준하다. 공격은 물론, 이제는 수비에서도 완벽한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다. SK 2루수 김성현(29)의 이야기다. 마냥 자기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겼지만,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의 자격을 갖춰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김성현은 올 시즌 SK, 아니 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타자 중 하나다. 김성현은 20일까지 66경기에서 타율 3할3푼2리, 4홈런, 3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방망이는 기복이 없다. 시즌이 시작된 후 한 번도 슬럼프라는 단어를 붙일 만한 시기가 없었다. 4월 25경기에서 타율 3할1푼5리, 5월 24경기에서 3할7푼8리, 6월 17경기에서도 2할9푼8리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꾸준하다. 김성현은 올 시즌 출전한 66경기 중 50경기에서 1개 이상의 안타를 쳤다. 멀티히트 경기가 21번이나 된다. 타순도 가리지 않는다. 2번에서 4할7푼4리, 6번에서 3할3푼3리, 8번에서 2할9푼4리, 9번에서 3할5푼8리를 기록했다. 언더(.219) 유형에 조금 약할 뿐, 좌완(.362)·우완(.347) 편차도 거의 없다. 그런 김성현은 소리소문 없이 팀 내 리딩히터, 리그 타격 순위 13위에 올라 있다.

리그 2루수 중에는 가장 좋은 타율이다. 정근우(한화·0.300), 오재원(두산·0.297), 서건창(넥센·0.293), 박경수(kt·0.287), 정훈(롯데·0.266) 등 타 팀 2루수와의 타율 차이가 꽤 난다. 누적 득점 생산(RC) 부문에서도 정근우 서건창과 함께 1위를 다투고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수비가 안정되어가고 있다. 흠이 지워지고 있다.
김성현은 수비가 불안한 선수로 인식되어 있다. 어려운 타구를 환상적으로 처리할 만큼 센스와 기술은 뛰어나지만 쉬운 타구를 처리하지 못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2루수로 전향한 뒤 수비에서는 별다른 문제를 보이지 않고 있다. 김성현은 올 시즌 11개의 실책을 기록했으나 이는 헥터 고메즈의 부상 이후 갑작스레 유격수로 옮겼을 때 실책(6개)이 포함되어 있다. 2루수로 출전했을 때 실책은 5개다.
갑작스러운 포지션 전환기에 실책이 몰아서 나왔을 뿐, 최근에는 실책이나 실책성 플레이조차도 없다. 김성현이 마지막으로 실책을 범한 것은 지난 5월 22일 광주 KIA전이었다. 그 후 23경기에서는 단 하나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수비가 더 많았다. 여유도 많이 생겼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지금 현재 김성현의 수비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김성현의 2루수 출전시 수비율은 9할8푼으로, 골든글러브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서건창(0.979)이나 정근우(0.976), 오재원(0.956)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2루수만 한정한다면 적어도 올 시즌에는 공·수 모두에서 가장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활약을 보여주는 셈이다. 만약 이 활약을 시즌 끝까지 이어나간다면, 김성현도 골든글러브 수상을 욕심 낼 수 있는 성적이 만들어질 수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