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외인 카스티요·맥그리거 MLB 경험 전무
한화 단기 승부, 넥센 장기적 안목으로 선택
요즘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선수들에게 메이저리그 경력 한 줄은 이제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짧게라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수준 높은 선수들이 KBO리그를 두드린다.

그러나 지난 20일 계약이 공식 발표된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27)와 넥센 스캇 맥그레거(31) 모두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선수들이다. 카스티요는 최근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트리플A 팀에 몸담고 있었고, 맥그레거는 미국의 독립리그 애틀랙틴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비슷한 시점에서 영입된 메이저리그 무경험자들이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카스티요는 최고 158km를 던졌을 정도로 빠른 공이 강점으로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맥그레거도 150km 가까운 빠른 공을 던지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커브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투수라는 점도 닮았다.
KBO리그는 전혀 낯선 곳이고, 메이저리그 출신의 압도적인 투수가 아닌 카스티요와 맥그레거는 적응력이 최대 관건이라는 것도 공통된 과제. 넥센 염경엽 감독도 "외국인 스카우트를 해봤지만, 커리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선수들의 실력은 결국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적응과 환경을 강조했다.
한화가 영입한 카스티요는 차선의 결정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원한 투수들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있어 영입이 어려웠다. 그보다 아래 수준의 선수들로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지난달 중순 더블A에서 트리플A로 올라온 카스티요가 시선에 들어왔다. 넥센이 영입한 맥그레거는 3년 전부터 리스트에 올려 관심을 갖고 지켜본 선수였다. 꾸준하게 관찰해온 선수라 독립리그에서 뛰고 있어도 과감하게 영입할 수 있었다.
같은 대체 외국인선수이지만 처해있는 팀 환경은 전혀 다르다.
카스티요는 최하위 한화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 에스밀 로저스의 팔꿈치 부상과 토종 투수들의 부진으로 보직마저 파괴된 한화는 당장 쓸 수 있는 투수 1명이 급했다. 김성근 감독이 넥센에서 웨이버 공시된 로버트 코엘로를 고민했던 것도 카스티요 급이라면 적응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카스티요는 20일 입국하자마자 대전으로 내려와 1군 선수단과 함께 마산으로 원정을 떠났다. 그만큼 팀사정이 급박하다.
맥그레거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넥센에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피어밴드에 신재영·박주현이 선발로 활약하고 있다. 넥센이 3위로 순항하고 있어 큰 부담 없이 적응해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 염경엽 감독은 "우린 올해만 보지 않는다. 코엘로로 끝까지 시즌을 치를 수 있었지만 어차피 재계약은 어려웠다"며 "남은 시즌 맥그레거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에 KBO리그에 데뷔하게 된 카스티요와 맥그레거. 하지만 서로 처해있는 환경은 전혀 다르다. 두 선수가 다른 환경에서 어떤 적응력을 보일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한화 이글스-넥센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