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주장들의 주먹질, 모두 패자된 벤치클리어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1 22: 12

SK 주장 김강민(34)과 LG 주장 류제국(33) 사이에 주먹질이 벌어진 끝에 불미스러운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어떤 사정이든, 두 팀 모두 손해만 본 주먹질이었다.
SK와 LG는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시즌 6차전에서 벤치클리어링을 벌였다. 초반부터 난타전을 벌여 4회까지 합계 11점이 난 상황에서 LG가 7-4로 앞선 5회 SK 공격 때 일이 벌어졌다. 선두타자 김강민의 몸에 맞는 공으로 사태가 시작됐다.
류제국이 던진 빠른 공은 김강민의 옆구리 부위를 강타했다. 김강민은 이 부위에 부상을 당해 약 한 달간 결장한 바 있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었다. 다소간 예민하게 생각할 수는 있는 상황이었다.

김강민이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치긴 했지만 빈볼을 던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팀이 7-4로 앞서 있었고, 한 이닝을 더 채우면 승리조건을 갖추게 되는 상황, 그리고 아직 승부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두타자에게 굳이 빈볼을 던져 베이스를 내줄 이유는 없었다.
결국 서로간의 표정에서 오해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강민은 1루로 걸어 나가며 마운드의 류제국을 쳐다봤다. 보통 이런 경우는 투수가 모자챙을 살짝 잡거나 손을 들어 미안함을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강민도 그런 제스처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류제국의 행동과 표정은 변화가 없었고 두 선수간의 말싸움도 그렇게 시작됐다.
류제국으로서도 고의가 아니었고 1루에 간 뒤 사과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에 김강민의 대응이 불만족스러웠을 수는 있다. 결국 몇 차례 말을 섞은 끝에 김강민이 화를 참지 못해 마운드 위로 뛰어 올라갔고 주먹을 날려 일이 커졌다. 류제국도 이를 피하며 주먹으로 맞대응해 문제가 심각해졌다. 사태의 심각함을 직감한 포수 정상호를 비롯한 LG 야수들이 모여 김강민과 류제국을 말렸고, 양 팀 선수들이 모두 뛰어 나오며 불미스러운 광경이 벌어졌다.
사태가 진정된 뒤 나광남 주심은 김강민과 류제국 모두에게 퇴장을 명령했다. 주먹을 먼저 날린 김강민은 물론, 맞대응하며 역시 주먹을 낸 류제국에게도 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양상문 LG 감독은 발단은 김강민이 제공했다며 류제국의 퇴장에 대해 강력 항의했지만 결정은 이미 내려진 뒤였다. LG는 봉중근이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고 SK는 이명기가 대주자로 들어갔다.
SK가 보복하지도 않았고 두 팀 모두 차분하게 다시 경기에 임해 사태는 더 확대되지 않았다. 다만 양쪽 모두 손해를 봤다. LG는 당시까지 71개의 공을 던져 아직은 여유가 있었던 류제국이 갑작스러운 사태에 강판됐다. 화요일부터 예상보다 불펜 소모가 커졌다. SK는 이날 홈런을 치는 등 타격감이 좋고 외야 수비의 핵심인 김강민을 경기 중반에 잃었다. 역시 손해가 컸다.
여기에 차후 폭력 행위로 퇴장을 당한 두 선수에게 추가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먹이 오간 만큼 벌금보다는 더 강한, 출전 정지의 위협에 놓였다. 이래나 저래나 손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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