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클리어링의 뒤숭숭한 분위기를 잘 수습한 LG 베테랑 투수 봉중근(36)이 올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304일 만에 나온, 개인적으로는 값진 승리였다.
봉중근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7-4로 앞선 5회 무사 1루 상황에서 등판했다. 사실 갑작스러운 출전이었다. 71개의 공을 던진 선발 류제국이 김강민의 몸에 맞는 공 직후 신경전을 벌여 주먹질 끝에 퇴장 당했기 때문이다. 류제국이 최소 5이닝은 끌어가는 분위기에서 LG 불펜은 대비가 덜 되어 있었다. 여기서 양상문 LG 감독은 봉중근을 선택했다.
몸을 제대로 풀지 못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봉중근은 벤치의 의도에 부응하며 팀이 리드를 지킬 수 있는 결정적인 몫을 했다. 봉중근은 첫 타자로 이날 홈런을 때린 정의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이어 역시 힘이 있는 타자인 최승준을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해 2루 주자 이명기를 잡았고, 타격감이 꾸준하게 좋은 김성현도 삼진으로 정리하며 5회를 무실점으로 넘겼다.

이는 LG가 경기 흐름을 놓치지 않고 중반으로 돌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 봉중근은 6회 선두 최정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재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다. 이어 박재상의 2루 땅볼 때 2루수 손주인의 실책이 나오며 1,2루 상황에서 최동환으로 교체됐다. 최동환이 고메즈에게 적시타를 맞아 실점이 하나 올라갔지만 손주인의 실책이 있어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결국 LG가 8-5로 이겼고 기록원은 효율적인 투구를 한 봉중근에게 승리를 부여했다. 올 시즌 네 번째 1군 등판에서 얻은 첫 승리였다. 봉중근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해 8월 22일 잠실 넥센전에서 거둔 구원승이었고, 이날 승리는 304일 만의 승리가 됐다. 시즌 초반 고전하던 베테랑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법한 승리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