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3형제, 韓홈런왕 향한 자존심 대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2 07: 26

한국인 타자들의 메이저리그(MLB) 공습이 시작된 가운데 한국인 홈런왕을 향한 집안싸움도 흥미로워졌다. 당초 박병호(30·미네소타)의 우세를 예측하는 시선이 이대호(34·시애틀)와 강정호(29·피츠버그)의 분전으로 상당 부분 분산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MLB 무대에서 뛰고 있는 5명의 타자 중 "누가 가장 많은 홈런을 칠까"라는 물음은 시즌 전부터 팬들의 흥미를 모았다. 일단 전형적인 홈런타자에 안정적인 출전 시간을 보장 받고 있는 박병호의 가능성이 가장 높고, 건강하게 시즌을 보낸다면 언제든지 20홈런에 도전할 수 있는 맏형 추신수(34·텍사스)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도 있었다. 이대호는 플래툰 시스템의 한계, 강정호는 무릎 재활로 첫 한 달을 날린다는 점에서 불리했다.
그러나 역시 사람 일은 예상하기 어려웠다. 추신수(1개)가 두 차례의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초반 달려 나가던 박병호(12개)는 타격 슬럼프에 빠지며 홈런 추가 속도가 느려졌다. 반면 이대호(10개)는 플래툰의 덫을 딛고 두 자릿수 홈런을 조기에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시즌을 늦게 시작한 강정호(9개)는 믿기 어려운 홈런 페이스로 두 선수를 추격하고 있다. 이제는 3명 중 하나로 압축된 모습이다.

가장 먼저 앞서 나갔던 박병호는 갈림길에 서 있다.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힘 하나를 놓고 보면 확실한 우위지만 많이 내려간 타율(.206)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타격 슬럼프가 조금 길었다. 다만 박병호의 순장타율(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은 0.236으로, 최고일 때보다는 떨어졌지만 이는 여전히 메이저리그(MLB) 전체 31위에 해당되는 좋은 성적이다. 평균 비거리는 나머지 두 선수를 압도한다.
최근 타격폼을 간결하게 하며 스윙을 하고 있는데 이 변신이 성공을 거둘 경우 제 궤도로 올라올 가능성도 존재한다. 여기에 현 시점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출전 기회도 보장되어 있다.
이대호는 현재 기록만 놓고 보면 한국인 홈런왕에 가장 근접한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이대호의 순장타율은 0.256으로 준수한 편이며, 뜬공의 무려 34.5%가 홈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비율은 MLB 전체에 내놔도 정상권의 수치다. 제한된 기회에서 10개의 홈런을 때린 것도 이런 호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시애틀은 여전히 플래툰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다. 이대호는 앞으로도 좌완을 상대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체력 안배 차원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회가 반토막난다는 점에서 홈런 페이스가 더딜 가능성이 있다.
이에 강정호의 이름도 급부상하고 있다. 강정호의 순장타율은 무려 0.294로 세 선수 중 가장 좋다. 역시 뜬공의 25.7%가 홈런으로 이어지는 등 지난해보다 비거리가 상당히 늘어난 모습으로 어느 순간 거포의 위용을 발휘하기도 한다. 46.3%의 강한 타구 비율은 박병호나 이대호보다도 더 좋다. 지난해 쌓은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두 선수에 비해서는 급격한 슬럼프가 찾아올 가능성도 낮다. 확고부동한 주전이라는 점도 확률을 키운다.
어쨌든 누가 되든 한국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경신될 가능성이 적잖다는 분석이다. 이 기록은 추신수가 클리블랜드 시절이었던 2010년 친 22개다. 또한 박병호와 이대호는 아시아 선수 신인 시즌 최다 홈런(조지마 겐지·2006년 18개) 돌파가 유력시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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