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코치는 안타 허용할 경우 교체 제안
니퍼트는 즉시 교체도 괜찮다며 다음 경기 대비
대기록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다음 등판을 바라봤다. 더스틴 니퍼트(35, 두산 베어스)의 눈은 시즌 전체를 보고 있다.

니퍼트는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7탈삼진 퍼펙트 호투해 팀의 12-1 승리를 도왔다. 10승(2패)으로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다. 최고 구속 155km를 찍을 만큼 구위도 뛰어났고, 77구 중에서 포심 패스트볼이 54개에 달할 정도로 빠른 볼에 대한 자신감도 엄청났다.
하지만 투구 수가 100개보다 한참 모자랐던 그는 7회초 이현호로 교체됐다. 6회초까지 위력적인 공을 계속 던지던 중이었고, 별다른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결국 나중에 니퍼트 본인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퍼트 교체 후 구단 관계자는 “경기 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이닝을 거듭할수록 기운이 빠져 6이닝을 마치고 스스로 피칭을 그만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일요일에 다시 던져야 하는 화요일 선발의 특수성도 고려된 결정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한용덕 수석코치에게 니퍼트 교체 결정 배경을 물었다. 한 코치는 먼저 “기록도 좋지만 좋은 예가 있지 않은가”라며 지난 시즌 노히터 후 부진에 빠졌던 유네스키 마야 이야기를 꺼냈다. 마야는 지난 4월 9일 잠실 넥센전에서 139구를 던지고 노히터를 달성했지만 이후 부진하며 시즌 끝까지 남지 못하고 퇴출된 바 있다.
물론 일방적으로 교체한 것은 아니다. 한 코치는 “장기 레이스에서는 길게 봐야 하는데, 등쪽이 좋지 않았던 적도 있어서 한 번 물어봤다”고 이야기했다. 니퍼트는 올해 등 근육 담 증세로 로테이션을 거른 적이 있었고, 이로 인해 코칭스태프도 항상 그의 몸 상태를 확인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니퍼트는 지난해 골반 통증, 어깨 충돌 증후군, 서혜부 통증으로 정규시즌 3개월을 쉬기도 했다. 다른 투수보다 더 치밀한 관리가 필요한 케이스다.
진기록을 향해 가고 있는 선수를 무작정 바꿀 수는 없다. 어느 팀, 어떤 상황이든 5이닝 이상 퍼펙트가 진행되면 선수에게 묻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안타 하나 맞으면 바꿔줄까?’ 하고 물었는데 몸도 안 좋으니 지금 교체돼도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는 것이 한 코치의 설명이다. 당장 4일 휴식 후 다시 던져야 하고, 그 이후에도 포스트시즌까지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것을 니퍼트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맞게 던진 것이 최상의 결과를 불렀다. 한 코치는 “변화구가 좋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라고도 했지만 빠른 공을 많이 던졌다. 몸이 안 좋아서 타자들과 빨리 승부하려고 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니퍼트는 더 강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변화구 그립에 변화를 줬다. 한 코치는 “변화구 그립이 달라지면서 슬라이더와 커브의 회전이 더욱 좋아졌다. 예전에는 회전이 보였는데 지금은 안 보일 정도다”라고 전했다. 더 예리한 변화구가 동반되면 기존의 포심 패스트볼도 더욱 공략하기 어려워지는 효과까지 얻는다. 더불어 두산도 더 강한 무기를 보유하게 된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