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최용수, "마음속으로 상당히 슬프다" [전문]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6.22 22: 07

"마음속으로 상당히 슬프다".
FC 서울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FA컵 16강전서 K리그 챌린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산 무궁화를 맞아 2골을 터트린 윤주태를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최용수 감독은 "감정 표현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에 와닿는 경기였다. 비록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유종의 미 거두기 위한 마지막 선물을 받았다. 선수와 팬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는 최용수 감독의 고별전. 최 감독은 최근 중국 슈퍼리그 장쑤 수닝과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여름 최용수 감독의 영입에 나섰지만 실패했던 장쑤는 1년 만에 다시 한 번 최용수 감독을 노렸다. 중국 굴지의 가전유통업체인 쑤닝 그룹에 인수되며 세계가 주목하는 투자로 화제가 된 장쑤는 끊임없는 러브콜을 통해 최 감독을 영입했다.
최용수 감독은 "팬들에게 다시 한 번 나와 팀에 대한 애정 느끼게 됐다. 최근 며칠 상당히 힘들었다"며 "팬들 덕분에 내가 버틸 수 있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에 포항-성남전에 대한 걱정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이런 자리에 눈물 흘리고 그래본 적 없지만 마음 속으로 상당히 슬프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1994년 서울에 입단했을 때 월급이 110만 원이었다. 그 후 지금까지 많은 굴곡이 있었다. 여러분 덕분으로 버틸 수 있었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구리로 향하게 될지도 모른다. FC 서울은 영원이 살아있다. 나 보다 뛰어나신 분이 오시기 때문에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또 최용수 감독은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게 될지 알 수 없다. 항상 FC 서울에 대한 애정은 가득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잘못된다면 걷잡을 수 없다. 지금 보다 더 몇배의 노력을 해야 한다. FC 서울 출신이라는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 가지고 일할 것"이라고 전했다.
K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부탁하자 "지금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팬들의 마음을 운동장으로 뺏어 올 수 있는 촉매제가 필요하다"면서 "스타성을 가진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 있다. 국내에서도 육성정책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톱클래스 선수들이 줄어드는 것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팬들은 분명 스타를 보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최용수 감독은 "지금 보다 더 큰 목표 달성을 하게 될 것 같다. 선수들을 믿고 있다.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수들이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ACL 무대서의 맞대결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상이다. 몸은 그쪽에서 일하겠지만 서울과 경기를 하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일단 내가 맡고 있는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쑤에서 만나게 될 브라질 3인방에 대해 최 감독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천성적으로 착한 선수들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년간 서울에서의 추억에 대해 최용수 감독은 "슈퍼매치 승리했을 때 항상 희열을 느꼈다. 지난 우라와전 16강저는 정말 생각이 남는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리고 1시간 40분 동안 버스에 갇혔던 기억도 있다. 모든 기억들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다"고 대답했다.
또 최 감독은 "서울이 ACL에서 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2013년에 정말 아쉬운 기억이 있다.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싶은 기억이 있다. 내가 없더라도 ACL에서 선수들은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더 집중력을 가지고 기량을 120% 발휘하면 가능하다. 우승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용수 감독은 "황선홍 감독님 선임 배경에 내가 관여한 부분은 전혀 없다. 짧은 시간 구단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셨다. 올해 큰 업적이 남는다면 내 힘은 미약하다. 지금도 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누군가 깨끗한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 청춘을 바친 이 곳에 그 분이 오시게 될 것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다. 좋은 축구를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항상 좋은 선수들을 만났다. 현재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했다. 나는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이다"라면서 "축구를 통해서 만난 동업자다. 황 감독님이 빨리 적응하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황 감독님 특유의 축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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