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든 웨이버 공시, 라라 영입 확정
좌완 강속구 투수, 선발 활용 불안요소 극복?
크리스 세든(33)을 웨이버 공시한 SK가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을 확정지었다. 좌완 투수인 브라우리오 라라(28)가 그 주인공이다. SK는 라라를 선발투수로 활용할 계획인 가운데 이닝이터가 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외국인 선수 동향을 전하는 ‘MyKBO’의 댄 커츠는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SK가 크리스 세든을 웨이버 공시했으며, 이는 곧 브라우리오 라라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을 의미한다”라고 전했다. SK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으나 SK 바깥의 복수 관계자들은 “라라의 영입이 이미 확정됐다. 세든의 웨이버 공시 전 계약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라라는 이미 22일 전 소속팀에서 방출됐으며 공식 발표만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다시 한국 무대를 밟은 세든은 올 시즌 4월까지만 해도 좋은 모습을 보였으나 5월부터 급격히 무너지며 결국 퇴출 절차를 밟았다. 원래 구속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지만 2013년 다승왕을 차지할 당시보다 구속이 더 떨어졌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각도 살지 않으며 고전했다. 세든은 22일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SK는 비교적 빠르게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제 관심이 모이는 것은 라라의 성공 여부다.
도미니카 출신의 라라는 비교적 평범한 신체조건(185㎝)에 마른 체형을 가진 좌완 투수다. 경력도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2008년 탬파베이와 자유계약을 맺었으나 그 후 올해까지 메이저리그(MLB)에 진입하지 못했다. 2012년 룰5드래프트를 통해 마이애미의 지명을 받았지만 당시 MLB 진입을 하지 못한 게 컸다. 마이너리그 통산 8시즌에서 33승42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했다.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기본적인 몸값은 비교적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까지 탬파베이 조직에 머물렀으나 두꺼운 팀 투수 팜에 막혀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라라는 2015년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어 두 시즌 동안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트리플A(새크라멘토)에서는 12경기(선발 5경기)에서 나서 승리 없이 5패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했고, 올해는 불펜에서 뛰며 25경기에서 1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고 SK와 계약을 맺었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빠른 공이다. 같은 좌완인 세든이 구속보다는 제구와 변화구로 승부를 걸었다면 라라는 강속구 투수 유형에 가깝다. 유망주로 평가받은 것도 96마일(154.5㎞)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축복 받은 어깨의 지분이 크다. 최근 트리플A 경기를 보면 최고 95마일(153㎞) 정도의 공을 던졌다. 평균적으로는 93~95마일 정도다. 구속 자체는 괜찮은 선수고 투구폼도 비교적 까다롭다. kt의 슈가 레이 마리몬처럼 변형 투구폼도 있다.
결정구는 체인지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체인지업의 위력은 MLB 무대에서도 평균적인 수준으로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경기에서는 80마일(129㎞) 이상에서 떨어지는 낙폭이 괜찮아 보인다. 다만 스카우팅 리포트를 보면 최근까지도 변화구 레퍼토리가 그다지 다양하지는 않은 선수로 평가되어 있다. 80마일 가까이에 나오는 커브를 던질 수 있지만 완성도는 높지 않고, 최근 구사 비율도 높지 않았다.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도 간간히 섞는다.
지난해 트리플A 무대에서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9.32개, 올해도 8.13개를 기록할 정도로 힘은 있는 선수다. 그러나 제구가 아주 정교한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9이닝당 볼넷 개수는 3.21개, 올해는 4.23개에 이르렀다. 올 시즌 복수의 경기에서도 패스트볼이 너무 낮게 들어간다거나, 좌우로 빠지는 경향이 자주 발견됐다. 종합하면, 안정감을 주는 완성형 투수라고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MLB 경력이 없었지만 같은 팜 내에서 훨씬 더 높은 순번의 유망주였던 팀 동료 메릴 켈리보다는 한 단계 아래의 선수다.
SK는 라라를 세든이 빠진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용할 전망이다. 김용희 SK 감독은 22일 ‘구위의 압도감’과 ‘이닝이터’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전자는 일단 가능성이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제구의 문제는 있지만 KBO 리그에서 언제든지 153㎞를 던질 수 있는 좌완 투수는 찾아보기 어렵다. 체인지업이 짝을 이룬다면 좌·우 타자 모두 상대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닝이터라는 측면을 놓고 봤을 때는 물음표가 붙는다. 변화구가 다양한 선수가 아닌 패스트볼-체인지업 투피치 위주의 선수로 평가됐으며 결정적으로 트리플A 무대에서도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 KBO 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선수 사례에서도 이런 경우는 있지만 라라처럼 올해 마이너리그에서도 단 한 번 선발 등판한 경험이 없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비슷한 시기에 영입된 한화 카스티요도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지만 꾸준히 선발로 나선 케이스다. 라라는 25경기를 모두 불펜에서 나섰는데 최다 이닝은 2⅓이닝이었다. 33구 이상 투구는 딱 한 번 있었다.
라라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지난해 5월 3일로 1년이 넘었으며, 지난해에도 80구 이상의 투구는 딱 한 번 있었다. 올해도 샌프란시스코의 좌완 불펜 요원을 목표로 하고 대기해 선발로서 몸 상태가 만들어졌을지는 미지수다. 물론 이는 SK도 당연히 염두에 두고 정밀한 체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즌 중간이라는 게 문제다. 당장 한국에 들어와 투구수부터 늘려야 하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당장 6~7이닝, 100개 이상을 무난히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는 체력과 레퍼토리는 완벽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큰 무기인 구속도 체력 안배 차원에서 조절할 수밖에 없다. SK는 보름가량 세든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투수들의 풀이 좁아 결국 ‘대박’을 꿈꿀 수 있는 라라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SK의 도박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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