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단국대와 FA컵 16강전은 전북 현대에 많은 아쉬움을 남긴 경기다. 결과만 본다면 3-1로 완승을 거뒀지만 연장 승부 끝에 간신히 이긴 경기였다. K리그 클래식 최강이라는 전북의 위치와 명성을 봤을 때 아쉬움이 짙게 남는 경기였다. 단 2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낸 이종호 만큼은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전반전의 이종호는 그렇지 못했다. 2선의 중앙에 배치된 이종호는 최전방에 위치한 김신욱을 돕는 역할을 맡았다. 직접 골문을 노리거나 김신욱이 좋은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전반전 동안 그런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단국대의 수비적인 운영에 막혀 전북과 이종호는 전반전 동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자세가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죄송하다"고 운을 띄운 최 감독은 "경기 초반 우려한대로 선수들 1~2명이 정신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어렵게 경기를 했다"며 "경기는 이겼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흐트러진 자세는 후반 10분 단국대에 선제골을 허용한 후 바뀌었다.

예상하지 못한 선제 실점에 전북은 당황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흐트러졌던 자세도 바로 잡는 계기가 됐다. 이종호도 마찬가지. 전북은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으로 단국대에 반격을 펼쳤다. 무기력했던 공격진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결과 단국대가 선제골을 넣은 후 불과 6분 만에 동점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이종호였다. 이종호는 최동근의 크로스가 문전으로 향하자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오른발에 맞췄다. 이종호의 발에 맞은 공은 그대로 단국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천금과 같은 동점골이었다. 그러나 이종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전반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그리고 승부를 내야 했던 연장 후반 6분 또 다시 득점포를 가동하며 전북의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비적인 상대에게 2골을 넣은 점은 공격수로서 뿌듯한 일이다. 게다가 결승골도 넣었다. 이종호는 지난 15일 수원 삼성과 홈경기서도 후반 49분 짜릿한 결승골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수원전의 결승골이 종호에게 자신감이 된 것 같다"면서 "의지가 강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해도 훈련을 열심히 한다. 앞으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이종호에 대한 만족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종호는 대학팀을 상대로 넣은 2골인 만큼 크게 기쁨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토너먼트 대회는 아무래도 힘들다. 그래도 승리하는데 도움이 됐다. 계속 좋은 흐름이 이어졌으면 한다"며 "매 경기 나서서 골을 넣는건 공격수라면 해야할 임무라고 생각한다. 다음 경기에서도 출전 기회를 얻는다면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