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안 갔으면” 세든 보는 SK의 아쉬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3 13: 14

22일 인천 LG전을 앞두고 SK 선수단이 그라운드 한켠에 모였다. 만으로 약 2년 정도 팀에서 뛰며 꽤 정이 들었던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33)을 송별하기 위해서였다.
코칭스태프부터 모두 모인 선수단은 세든에게 기념 액자를 선물하며 그간의 공로를 박수로 평가했다. 세든은 외국인 선수였지만 친화력이 꽤 좋았다. 국내 선수들에게 농담도 자주했고, 어린 투수들에게는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성격이 까다롭지 않아 세든을 싫어하는 선수들은 별로 없었다. 세든도 선수단에 박수에 정중히 화답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세든은 22일 웨이버 공시됐다. 4월 한 달간 좋은 모습을 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5월 이후로는 부진하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 “문제점을 고쳐서 쓸 수 있을까”라는 명제에 고민하던 SK는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리고 세든의 퇴출을 결정했다. 역시 올라올 줄 모르는 구속 등 근본적인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는 생각이었다. 

2013년에 이은 두 번째 이별이었다. 그러나 2013년 당시와 올해는 차이가 났다. 2013년 세든은 일본프로야구의 러브콜을 받으며 떠났다. 화려하게 문을 나선 셈이다. 반대로 올해는 웨이버 딱지가 붙어 쓸쓸하게 한국을 떠나는 신세가 됐다. SK의 아쉬움도 그 사이에 있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 가지 않고 그냥 SK에 남았다면 서로 더 이득이었을 것이다”라고 돌아봤다.
2013년 14승을 거두며 KBO 리그 공동 다승왕에 오른 세든은 2014년 일본 최고 명문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러브콜을 받고 SK를 떠났다. SK는 당시 세든을 잡기 위해 기존 연봉의 두 배가 넘는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요미우리의 계약 조건인 5000만 엔보다 훨씬 더 높은 금액을 불렀다. 하지만 세든은 일본에서 성공할 경우 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는 생각 속에 SK를 떠났다.
그런 양자는 2014년 모두 고전했다. SK는 조조 레이예스의 부진에 로스 울프도 기대치를 완벽히 채우지 못하며 둘 다 중도에 한국을 떠났다. 레이예스는 퇴출됐고, 울프는 아들의 병환을 이유로 한국을 떠나버렸다. 여기에 루크 스캇까지 문제를 일으키며 퇴출되는 등 팀 내 문제까지 꼬여 2014년은 SK 외국인 선수 역사상 최악의 한 해로 남아있다. 세든이 재계약을 했다면 상황이 한결 나았을 수도 있다.
세든도 요미우리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첫 경기에서 역투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결국 일본의 수준을 이겨내지 못했다. 1년 뒤 퇴출돼 일본 드림은 꿈으로 끝났다. 여기에 세든은 일본에서의 지나친 간섭 탓에 기량이 오히려 퇴보된 것으로 전해졌다. 빠른 공 구속은 뚝 떨어졌고, 마음고생까지 한 탓에 전반적인 몸 상태도 나빠졌다. 불과 1년 반 사이에 주름이 팍 늘어있을 정도였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서 많이 던진 것도 있지만 일본에 가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뛰었다면 좀 더 편안한 환경 속에서 기량도 더 오래 유지됐을 것이다. 돈도 더 벌었을 것”이라고 세든을 돌아봤다. 세든 또한 SK 입단 후 일본에서의 실패는 아쉽지만, 야구의 환경 자체는 한국이 가장 좋다고 인정했다. 오래 SK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는데 아쉽게도 이는 반 시즌만에 물거품이 됐다.
어쨌든 세든이 SK에 통산 26승을 안겼다. 56경기를 뛰었으나 적지 않은 승수다. 부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해 SK와 다시 연을 맺은 세든은 막판 분전하며 SK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이끈 한 축이 되기도 했다. 한국 생활에 다소 적응하기 어려워했던 메릴 켈리, 그리고 올해 입단한 헥터 고메즈의 멘토까지 자처하는 등 외국인 선수의 리더로서도 제 몫을 했다. 어쨌든 마지막 송별회에서 보듯, SK 외국인 역사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뉘앙스로 남게 됐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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