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위표 아래에 있는 팀들에 지독하게 시달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다. 그 어느때보다 중요한 것이 집중력인데, 그 집중력이 쉽게 그라운드에서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23일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2-6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롯데는 올시즌 KIA전 2승7패의 절대 열세를 이어가야만 했다.
롯데는 이번 주 중위권의 갈림길에서 지독하게 괴롭힘을 당했던 천적들과 원정 6연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21~23일 KIA 원정, 그리고 24~26일 한화 원정을 치러야 했다. 중위권 싸움에서 잡을 수 있는 팀들을 잡아야 발판이 마련되는 시기, 롯데는 하위권의 천적들과의 6연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21일 KIA와의 시리즈 첫 경기부터 꼬였다. 초반 손아섭의 만루포 등으로 기세 등등했지만 득점 이후 실점이라는 최악의 흐름을 겪으며 6-9로 패했다. KIA전 6연패. 그러나 이튿날 22일 경기에서는 그동안 KIA에 당했던 지난날을 분풀이 하듯 사정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26안타를 폭발, 18-5 대승을 거뒀다. 겨우 KIA전 6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천적 청산의 고리를 끊어내고 위닝 시리즈의 기로에 섰던 23일 경기. 하지만 롯데는 다시 한 번 KIA에 무릎을 꿇었다. 그 어느 때보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상황에서 롯데는 수비 실책 등 집중력이 결여된 플레이들로 경기 주도권을 일찌감치 내줬다.
1회 무사 3루에서 3루수 황재균이 김호령의 강한 선상 타구를 잡았지만 1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아웃카운트 없이 선제 실점을 했다. 기록은 내야 안타였지만 송구 실책으로 2루에 간 주자 김호령까지 불러들이면서 1회에만 2점을 헌납했다.
결정적인 것은 4회말. 선발 린드블럼이 안정을 찾아갔지만 4회 2사후 사단이 났다. 서동욱에게 1-2루간 땅볼 타구를 맞았다. 그런데 1루수 손용석이 타구를 쫓아가다 다시 1루로 복귀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포기가 빨랐다. 전문 1루수가 아닌 손용석의 판단 실수였고 우전 안타가 됐다.
그 이후기 더 문제였다. 서동욱이 출루한 뒤 리드 폭을 넓히며 타구를 잡은 손아섭과 잠시 기싸움을 펼쳤고 손아섭은 1루로 송구했다. 하지만 서동욱이 한 수 위였다. 1루 송구를 틈을 타 서동욱은 2루까지 도달했다. 서동욱의 재치였다.
결국 2사 2루의 위기에서 김주형에 우중간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 실점했다. 사실상 이날 경기의 흐름을 기울게 하는 승부처였다. 이때 손아섭은 타구를 잡은 뒤 무리하게 홈 송구를 하려다 타자를 2루까지 내보내야 했다. 이후 롯데 벤치는 손아섭을 이우민으로 바꿨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그리고 8회말, 롯데는 마지막 희망의 끈도 스스로 놓아버렸다. 2-5로 뒤진 가운데 필승조 홍성민까지 올리며 3점의 리드를 지킨 뒤 역전을 도모했다. 그러나 1사 2루에서 이범호를 거르고 1사 1,2루로 병살 포지션을 만든 뒤 땅볼로 이닝 종료를 노리려던 시점, 3루수 황재균이 필의 3루수 땅볼 타구를 글러브 밑으로 빠뜨리면서 추가 실점을 헌납해야 했다. 결국 롯데는 수비에서 나오지 말았어야 할 수비 실책 2개와 보이지 않는 실책에 경기를 내줘야 했다.
이제는 한화와의 3연전이다. 롯데는 올 시즌 KIA 못지 않게 한화를 상대로도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화를 상대로 올 시즌 2승 4패다. 현재 한화전 4연패 중이다. 최하위에 계속 발목이 잡힌다면 롯데의 중위권 사수는 언감생심에 가깝다. KIA전보다 더욱 경기 집중력이 요구된다. 지난달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롯데는 문규현의 결정적인 송구 실책으로 경기를 내줬던 아픈 전력도 있다.
조원우 감독은 23일 경기에서 팀의 주축인 손아섭을 문책성으로 보이는 교체를 하면서까지 선수단에 메시지를 보냈다. 조원우 감독 체제하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원우 감독이 그토록 강조한 기본기와 수비 집중력이다. 현재 리그 성적 30승38패. 천적 관계를 청산하고 반등을 할 수 있는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누누이 강조한 집중력을 챙기는 것이 롯데엔 가장 필요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