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250⅓이닝 최소, 구원 343이닝 최다
2011 SK 이후 선발보다 구원 이닝 많은 팀
한화의 마운드 운용은 불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강력한 불펜으로 약한 선발을 메우는 방식이다.

지난 23일 마산 NC전에서 잘 나타났다. 선발 이태양이 1⅔이닝 3실점으로 일찍 내려가면서 2회부터 불펜이 가동됐다. 장민재(1⅓이닝)를 시작으로 박정진(3이닝)-권혁(2⅔이닝)-정우람(2⅓이닝)-심수창(0이닝)-송창식(1이닝)까지 구원투수 6명이 10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하며 3-3 무승부로 버텼다.
다른 팀이라면 이런 경기가 어쩌다 한 번 있지만 한화에선 자주 볼 수 있다. 선발투수가 일찍 교체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한화는 선발투수가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간 것이 무려 46경기나 된다. 시즌 66경기를 소화했으니 69.7% 비율로 선발이 5회 이전에 강판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1회에 강판된 것도 4경기, 2회 7경기, 3회 10경기로 3회 이전에만 21경기에 달한다. 선발투수들의 버티는 힘이 떨어지다 보니 매 경기 불펜에 의존하는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불펜에 우수한 자원이 풍부한 만큼 김성근 감독도 불안한 선발보다 구원투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로 인해 한화는 선발보다 구원 이닝이 더 많은 야구를 하고 있다. 23일까지 한화는 선발이 250⅓이닝으로 리그 최소인데 9위 kt(319⅓이닝)와 비교해도 69이닝이 모자라다. 최다 선발이닝의 두산(400이닝)과는 무려 149⅔이닝 차이. 경기당 평균 3⅔이닝으로 4이닝도 안 된다. 팀 내 최다 70이닝을 더진 송은범만이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팔꿈치 통증의 에스밀 로저스도 복귀 기약이 없고, 나머지 투수들은 5이닝을 던지기도 벅차다.
반면 구원은 무려 343이닝으로 압도적인 1위다. 선발보다 92⅔이닝을 더 던진 것이다. 구원 최소이닝의 두산(208⅓이닝)은 물론 한화 다음으로 많은 kt(286⅓이닝)와 비교해도 큰 차이. 그 중에서 권혁(62⅓이닝)-송창식(49⅓이닝)-정우람(44⅓이닝)은 리그 전체 순수 구원이닝 부문 1~3위에 위치해 있다. 스윙맨 장민재도 선발 21⅓이닝을 제외해도 구원으로만 35⅓이닝으로 이 부문 10위.
가장 최근 선발보다 구원 이닝이 많은 팀으로는 2011년 SK. 당시 SK도 8월 중순까지 김성근 감독이 이끌었다. 그해 SK는 선발이 579⅔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4⅓이닝에 그쳤다. 반면 구원은 612⅔이닝을 던졌다. 선발보다 33이닝을 더 던졌다. 정우람(94⅓이닝)-전병두(81이닝)-박희수(67이닝)-이승호(62이닝) 등 4명의 투수가 순수 구원으로 60이닝 이상 소화했다.
그해 SK는 선발 평균자책점은 6위(4.46)에 그쳤지만 구원 평균자책점 2위(2.78)의 불펜야구를 앞세워 정규시즌 3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흘러 한화에서 다시 선발보다 구원 이닝이 많은 팀이 나왔다. 지금 페이스라면 2011년 SK보다 더 많은 구원이닝이 유력하다. 5년 전에는 통했던 극단적인 불펜야구가 올 시즌에도 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권혁-송창식-정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