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미니' 박해민(삼성)은 올 시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시범경기 타율 3할9푼3리(56타수 22안타) 2홈런 11타점 12득점의 고감도 타격을 과시하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으나 4월 부진의 터널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타율 1할7푼3리(81타수 14안타) 1홈런 6타점 8득점 1도루.
박해민은 "시범경기 성적이 좋다 보니 올 시즌 잘 될 것 같았는데 두산과의 개막 3연전 이후 폭망했다. 2군에 내려갈 뻔 했다. 그땐 (내가 가진 장점은)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멘탈까지. 야구장에 나와도 눈치만 보이고 밥만 축내는 식충이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1군 승격 이후 최대 위기였다.
"경기는 계속 나가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왜 이러지' 하는 불안감이 컸다. 진짜 이상했다. 시범경기 때 부진했었다면 '올 시즌 힘들겠구나' 했을텐데 시범경기 때 좋다가 갑자기 안되니가 진짜 이상하고 정말 답답했다". 박해민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4월 한 달간 악몽같은 시간을 보냈던 박해민은 5월 타율 3할8푼2리(89타수 34안타) 10타점 22득점 9도루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제 모습을 되찾았다. 이달 들어 타율은 2할8푼9리(83타수 24안타)로 다소 떨어졌으나 9개의 2루타를 터뜨리며 타선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또한 11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대도 본능을 뽐냈다.
박해민에게 '승부처마다 한 방씩 터트리는 모습이 잦아졌다'고 하자 "특별히 신경쓰는 건 아닌데 상황이 맞아 떨어지는 것도 있고 작년까지만 해도 득점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서면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는데 이제는 주자가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히 하다 보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어 "작년에는 삼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햇는데 이젠 많이 편해졌다. 삼진을 당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4월 한 달간 워낙 안좋다보니 지금은 그냥 행복하게 하고 있다. 1할대 타율에 머물렀던 적도 있었는데 긍정적으로 하려고 한다. 4월의 부진이 약이 됐다"고 덧붙였다.
박해민의 외야 수비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류중일 감독은 "10개 구단 외야수 가운데 수비 만큼은 박해민이 가장 뛰어나다. 우리 팀 선수라 그런 게 아니라 발빠르고 타구 판단 능력이 확실히 뛰어나다"고 엄지를 세웠다. 삼성 투수들은 말한다. "박해민이 잡지 못하는 타구는 그 누구도 잡을 수 없다"고.
이에 박해민은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잘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진다. 수비할때 더욱 집중하게 된다. 투수들이 그만큼 나를 믿고 있으니 잘 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23일 현재 도루 1위 이대형(kt)를 2개차로 추격 중인 박해민에게 '도루왕 2연패를 위한 시동을 걸어야 할 시기가 됐다'고 했다. 그러자 박해민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4월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60도루에 대한 욕심도 비웠다. 수치상 목표에 연연하다보면 또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