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몸값 190만 달러 걸맞지 않은 행동
툭하면 타격 스윙, SNS에 부업활동까지
지난달 2일 대전구장. 에스밀 로저스가 뭐가 그리 신났는지 야구 방망이를 들고 볼 보이들을 향해 연신 펑고를 쳐줬다. 동료들이 연습을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간 뒤 홀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잠시 후 훈련 스태프들을 부르더니 배팅 케이지에서 타격 연습까지 했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타구는 좌우로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로저스는 이전 경기였던 지난달 29일 대전 롯데전에서 9이닝 127구 완투승을 거뒀다. 4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등판을 이틀 앞두고 있었지만 잠시도 몸을 쉬지 않았다. 한참을 마음껏 스윙한 뒤에야 사라졌다. 우연의 일치인지 로저스는 이틀 뒤 삼성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 강판했다. 처음에는 팔꿈치 염증으로 알려졌지만 인대 손상으로 밝혀졌다.
시즌 전 팔꿈치 통증으로 재활한 로저스였지만 툭하면 배트를 들고 힘차게 스윙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치들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면 자신이 코치가 된 마냥 경기 전 연습하는 동료들에게 펑고를 치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이 없을 때에는 훈련 중 전동식 자전거를 타고 그라운드 입구까지 나타났다. 선수들이 한창 훈련 중인데 자전거로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폭소를 터뜨렸다.
처진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쇼맨십일 수 있지만 로저스의 행동은 도가 지나칠 때가 많았고, 점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 SNS 활동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건 좋았지만 불필요한 정보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캠프 중 일어난 염색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야구에 집중해도 모자랄 시기에 자신이 이름을 따 만든 자체 브랜드 '팀 로저스' 모자 및 의류 상품을 판매하는 부업까지 했다.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몸이 아픈데 SNS에다 부업까지 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고울 리 없었다. 결국 구단과 결별하는 과정도 너무나 매끄럽지 못했다.
24일 로저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수술 사실을 알렸다. 구단과 의견 조율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중요 정보를 유출한 것이다. 한화 구단에서는 최고 연봉자 로저스이기 때문에 더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시간을 두고 결정하려 했지만 수술을 결심한 로저스 개인 행동을 막을 수 없었다.
로저스의 부상은 어쩔 수 없다. 수술하고 싶은 선수의 의견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 누구도 로저스의 부상을 탓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여준 로저스의 행동은 전혀 프로답지 못했다. 190만 달러란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 몸값을 받았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 양식이 필요함은 인지상정이다.
졸지에 로저스는 최고 연봉자에서 역대급 먹튀로 전락하고 말았다. 한화로선 초대형 악재이지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다년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약 로저스와 다년계약했다면 상상이상 재앙으로 충격을 입었을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