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울린 이여상, 절치부심 기다려온 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06.25 05: 51

이여상, 친정팀 한화전 10회 결승 스퀴즈  
포근한 대전구장,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롯데 내야수 이여상(32)에게 한화는 청춘을 바친 특별한 팀이다. 지난 2008년 4월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에서 한화로 넘어온 이여상은 2013년까지 6년을 뛰었다. 2011년에는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한화 시절 당시 숙소 주소였던 '용전동 이여상'으로 잘 알려진 그는 2013년 11월 2차 드래프를 통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롯데에서 2년간 거의 대부분 2군에 머물렀다. 원정팀 선수로 대전을 찾을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적 3년차가 된 올해 전천후 백업멤버로 1군에 진입했고, 지난달 말 한화와 원정경기를 위해 옛 홈구장 대전을 찾았다. 구장명도 한화생명이글스파로 바뀌어 있었다. "구장 안팎이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며 달라진 세월의 흔적을 느꼈다. 
이여상은 "한화는 6년간 몸담은 팀이라 정이 많이 들었다. 내게는 가족 같은 팀이었다. 대전에 오면 긴장되는 것보다 뭔가 모를 포근함이 느껴진다"며 "(김)태균이형은 만날 때마다 내게 '아웃카운트'라고 놀리는데 그것도 좋다. 대전에 오면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여상이 기다려온 그 날이 바로 24일 경기였다. 
지난달 3연전에는 대수비로만 출장하다 마지막 날 1타수 무안타로 물러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여상은 비로소 존재감을 뽐냈다. 그것도 2-2로 맞선 연장 10회초 2사 1·3루 찬스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은 번트 안타로 결승점을 뽑아내 롯데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2사 후 스퀴즈 번트, 본인 스스로 판단한 것이었다. 이여상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수비 위치를 보니 3루수 (송)광민이가 뒤에 있더라. 상대팀에서도 당연히 타격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하게 번트를 댈 수 있었다"며 "8회 대타 타석에서 삼진을 먹었다. 감독·코치님께서 믿고 대타로 내셨는데 보답 못해 죄송했다. 제발 한 타석 더 돌아오길 바랐다. 10회 (강)민호가 찬스를 연결해준 덕분에 좋은 기회가 왔다"고 말했다. 
이여상의 순간 판단과 과감한 번트는 한화 수비의 허를 찔렀다. 투아웃이기에 스퀴즈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한화 내야 수비는 정상 위치에 있었고, 뒤늦게 이여상의 타구에 우왕좌왕했다. 3루수 송광민이 급하게 공을 잡아 1루 송구했지만 이여상의 번트에 대시한 1루수 김태균이 뒤늦게 베이스로 돌아가다 스텝이 꼬였다. 이여상은 전력 질주로 1루에 살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조원우 감독도 "벤치 사인이 아니라 이여상 스스로 판단이다. 센스 있게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이여상이 한화 시절과 달라진 건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몸집이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벌크업을 한 것이다. 그는 "2군에 있으면서 어떻게 하면 야구를 오래 할 수 있을까 혼자 고민했다. 달리기 빠른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힘을 길러야겠다 싶어 웨이트르 죽어라 했다. 근력이 좋아지니 힘이 붙을뿐만 아니라 스피드 역시 더 빨라지더라"고 설명했다. 
이여상은 "태어난 지 5개월 된 아이가 있다. 아내가 아이를 보다 힘들어서인지 대상포진에 걸렸다. 시즌 중이고, 원정에 자주 가다 보니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아내가 힘든 내색을 않고 응원해주고 있어 더욱 힘이 난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더 잘하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한화 시절 혈기 넘치던 청년이었지만, 롯데에서는 진중한 중고참 선수가 됐다, 3년 만에 달라진 대전 이글스파크 풍경만큼 이여상 역시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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