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올 시즌 42홈런 20도루 120타점 페이스
LG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홈런·타점 경신 확률 높아
35년 프랜차이즈의 정점을 향하고 있다. LG 트윈스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28)가 구단 역사상 최고 타자가 될 듯하다.

히메네스는 24일 잠실 넥센전에서 홈런 두 방으로 올 시즌 팀의 가장 짜릿한 역전승을 이끌었다. 1회와 3회 각각 좌전안타와 우전안타로 타선의 포문을 열었고, 5회에는 추격에 불씨를 당기는 솔로포를 쳤다. 클라이막스는 역시 마지막 타석이었다. 8회 넥센 마무리투수 김세현의 초구 150km 강속구에 스리런포를 쏘아 올리며 9-7 역전승을 완성했다.
이로써 히메네스는 시즌 19호 홈런과 54타점을 올렸다. 그러면서 LG는 2010시즌 조인성 이후 6년 만에 20홈런 타자를 배출할 확률이 높아졌다. 사실 페이스를 감안하면 20홈런는 논의될 대상이 아니다. 이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하면, 히메네스는 42홈런 20도루 120타점을 기록한다. LG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홈런은 1999시즌 이병규(9번)의 31홈런. 최다 타점은 2010시즌 조인성의 107타점이다. 올 시즌 히메네스의 OPS는 1.061. LG 프랜차이즈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페타지니의 OPS는 1.043. 한 시즌 동안 모든 기록을 깨뜨리는 게 가능하다.
▲LG 프랜차이즈 최고 타자들
1982 백인천: 72경기 타율 0.412 19홈런 11도루 64타점 55득점 OPS 1.237
1999 이병규: 131경기 타율 0.349 30홈런 31도루 99타점 117득점 OPS 1.014
2009 페타지니: 115경기 타율 0.332 26홈런 2도루 100타점 62득점 OPS 1.043
2010 조인성: 133경기 타율 0.317 28홈런 2도루 107타점 69득점 OPS 0.932
2016 히메네스: 65경기 타율 0.365 19홈런 9도루 54타점 51득점 OPS 1.061
2016 히메네스 144경기 환산: 42홈런 20도루 120타점 113득점
물론 단순히 환산한 수치를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아직 정규시즌 종료까지는 79경기나 남아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히메네스가 큰 부상만 당하지 않는다면, 30홈런을 돌파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최악의 경우가 아닌 이상, 홈런과 타점에서 LG 트윈스의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히메네스는 1994시즌 이후 22년 만에 LG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도 유력하다.
▲ LG 역대 3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자: 1984 이광은, 1992 송구홍, 1994 한대화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히메네스의 활약으로 LG가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LG는 6월 투타 엇박자와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며 5할 승률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포스트시즌 막차인 5위 자리는 사수 중이다. 시즌 초반 지난해보다 불안한 3루 수비로 우려를 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LG 박종호 수비코치는 “히메네스가 어깨 수술 경력이 있다. 그래서 시즌 초반 추울 때는 자신도 모르게 송구를 하면서 움츠려드는 모습이 나왔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니 송구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팀에서 가장 불안했던 포지션이 3루였는데, 지난해 중반 히메네스가 오면서 3루 걱정을 완전히 덜었다. 내야진 전체가 안정되는 시너지 효과도 나고 있다”고 말했다.
▲히메네스, 어떻게 도약했나?
사실 히메네스가 이 정도로 활약할 것이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올 시즌 히메네스의 모습은 2014년 겨울 도미니카에서 히메네스를 찾았던 양상문 감독의 기대치도 훌쩍 뛰어넘었다. 양 감독은 “시즌 전에 히메네스가 이렇게 할 것이라 말했다면, 다들 거짓말한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잘 해줄 줄은 몰랐다”며 “처음에 히메네스를 데려오기로 한 것은 3루 수비가 좋고, 타율 2할8푼 이상은 쳐줄 수 있는 타격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스프링캠프를 통해 어느 정도 기대치가 높아지기는 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필라델피아 필리스 소속의 한 스카우트는 히메네스의 타격연습을 보고 감탄했다. 이 스카우트는 “히메네스를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부터 꾸준히 봤다. 그런데 옛날에는 이렇게 간결하게 스윙하지 않았다. 다른 타자인줄 알았을 정도로 스윙이 간결하면서도 정확해졌다”고 놀랐다.
캠프 내내 히메네스와 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박용택 또한 “사실 히메네스도 잠재력만 놓고 보면 메이저리그 유명한 타자들과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에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워낙 많다. 우리나라처럼 어떻게든 잠재력을 폭발시키려고 코치들이 애쓸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데 히메네스는 굉장히 머리가 좋다. 팀 분위기를 캐치하는 면도 뛰어나고 배우려는 자세도 되어 있다. 올해 잘 할 것 같았다”고 전했다.
히메네스의 지난해 KBO리그 성적은 70경기 타율 3할1푼2리 11홈런 8도루 46타점 37득점 OPS 0.849였다. 히메네스는 작년과 올해 자신이 달라진 점에 대해 “크게 차이 나는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작년에는 시즌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에 왔다.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준비를 잘 했다.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히메네스는 자신의 약점이 무엇이고, 한국 투수들이 자신의 어떻게 공략하려 하는지 파악했다. 지난해 자신을 흔들었던 바깥쪽 변화구를 참기 시작했고, 필요할 때는 바깥쪽 공도 마음껏 공략한다.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을 감안한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이 확립된 것이다.
▲“개인 성적보다는 팀 성적” 팀 분위기 상승 일등공신
히메네스는 단순히 실력뿐이 아닌 동료들과의 친화력,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도 빼어나다. LG 선수라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두루 친하며 올 시즌부터는 타팀 선수들과도 부쩍 친해졌다. 스스로 “나도 처음에 왔을 때는 몰랐는데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더라”며 친구관계를 마음껏 확장시키고 있다. 수훈선수 인터뷰 시에는 “나 혼자 만든 승리가 아니다. 우리 팀 모두가 잘 해서 만든 승리다. 팀 전체가 만든 승리라고 생각한다”고 팀 앞에서 자신을 낮춘다. 덧붙여 “야구는 굉장히 어렵다. 야구 앞에서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며 야구를 향한 경건함도 보인다.
히메네스의 올 시즌 목표 또한 MVP나 골든글러브 수상이 아닌,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홈런왕 경쟁 역시 관심없다. 오로지 LG가 우승에 도전하기만을 바라고 있다. 히메네스는 “정말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홈런을 노리고 치지 않는다. 단지 좋은 스윙을 유지하는 데 매 타석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며 “애초에 홈런 몇 개 같은 목표도 없었다. 매일 최선을 다해 싸우고 우리 팀이 많이 이겨서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것만 목표로 삼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히메네스는 다가오는 올스타전을 두고 “박용택과 함께 올스타전에 나가고 싶다. 나 혼자 뽑히는 게 아닌 박용택과 같이 뽑혀서 나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히메네스는 팬투표에선 나눔팀 3루수 부문 2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에 뽑힐 확률이 높다. / drjose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