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26·두산)가 올 시즌 팀 최고의 블루칩임을 재과시했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박건우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 1번 우익수로 출전, 3-3으로 맞선 6회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8-6 승리를 이끌었다. 팽팽한 승부의 흐름을 완전히 두산 쪽으로 돌려놓는 홈런이었다.
첫 세 타석에서는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던 박건우였다. 1회는 잘 맞은 타구가 우익수 정면으로 갔고, 3회에는 희생번트를 댔다. 5회에도 3루수 땅볼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날 맞이한 타석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던 6회 마지막 타석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렸다.

3-3으로 맞선 두산은 6회 2사 후 국해성이 상대 유격수 고메즈의 실책으로 출루하는 행운(?)을 업었다. 이닝이 끝날 수 있는 상황에서 흐름을 붙잡은 것이다. 이어 박세혁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허경민이 몸에 맞는 공으로 나가며 2사 만루 기회를 잡았다.
SK는 여기서 흔들리는 선발 박종훈을 내리고 베테랑 채병룡을 올려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박건우의 방망이가 더 강했다. 초구 볼을 지켜본 박건우는 2구째 140㎞ 빠른 공이 높게 오자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이는 125m를 날아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만루포로 이어졌다.
박건우의 올 시즌 9호, 통산 15번째 홈런이었는데 만루홈런의 짜릿한 손맛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산 불펜 투수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4점차는 커 보였다.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이었다. 잘 맞은 까다로운 타구들을 정확한 판단으로 잘 처리했다. 5회 박정권의 타구는 빗맞으며 방망이가 부러졌고 내야와 외야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성 코스였다. 그러나 지체 없이 스타트를 끊은 박건우는 마지막 순간 넘어지며 공을 잡아냈다. 고메즈에게 동점 투런을 맞은 직후, 윤명준이 올라온 직후라는 점에서 이 수비는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6회 최정의 타구도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으나 박건우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고, 김성현의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성 타구는 다시 낙구지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박건우의 글러브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박건우는 7회부터 좌익수로 옮겼는데 9회 최정민의 담장까지 날아가는 타구를 펄쩍 뛰어 오르며 잡아내는 슈퍼캐치까지 선보였다.
이후 박정권의 행운의 안타, 김강민의 적시타가 연이어 나온 것을 고려하면 1점은 박건우의 수비가 막아낸 셈이 됐다.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다운 마무리였다.
박건우는 경기 후 데뷔 첫 만루홈런에 대해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박철우 코치님이 만루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 투수가 공격적으로 직구 승부를 해올 것으로 미리 말씀해주셨다. 초구에 변화구가 와서 2구째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높게 들어오면서 운 좋게 만루홈런이 됐다"라면서 "어제와 오늘 못 쳐서 그런지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특히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서 불안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건우는 "공격적으로 치는 스타일인데 요즘 감이 좋지 않아 공을 조금 더 보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타격 컨디션이 더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면서 7회 도루 때 송구에 어깨 부위를 맞은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대답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