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내야수 헥터 고메즈(28)가 극과 극의 날을 보냈다. 타석에서는 2점 홈런을 쳤지만, 실책이 빌미가 된 실점만 5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마이너스 장사를 하며 웃지 못했다.
고메즈는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온탕과 냉탕을 오고 갔다. 이날 선발 1번 유격수로 출전한 고메즈는 1-3으로 뒤진 5회 무사 1루에서 두산 선발 안규영의 슬라이더를 강타, 좌월 2점 홈런을 날리며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4월 16경기 타율이 1할9푼6리에 머물렀던 고메즈는 5월 17경기에서 2할9푼을 기록했고, 이날 경기 전까지 6월 21경기에서 타율 3할1푼4리를 기록 중이었다. 6월 들어 홈런 5개에 15타점이었다. 타율도 어느덧 2할7푼5리까지 올라왔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로서 2할8푼 정도의 타율에 12홈런이라면 공격에서는 어느 정도 자기 몫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고메즈의 기록지에는 이미 54경기에 11개의 실책이 기록되어 있었다. 많은 수치다. 그리고 그 홈런 직후 실책이 나오며 SK 벤치를 허탈하게 했다. 경기 흐름을 두산에 완전히 내주는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3-3으로 맞선 6회였다. 선발 박종훈이 아웃카운트 2개를 무난하게 잡았다. 국해성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고메즈의 반응이 늦었고 포구 위치에서 공을 잘 잡지 못하며 떨어뜨렸다. 국해성의 발이 느린 편은 아니지만 고메즈의 강한 어깨를 생각할 때 포구만 잘 됐다면 1루에서 아웃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실책은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 결과를 바꿨다. 흔들린 박종훈은 박세혁에게 볼넷, 허경민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주며 2사 만루에 몰렸다. 이닝이 끝나야 할 상황이 만루까지 확장된 것이다. 여기서 SK는 베테랑 채병룡을 올렸으나 박건우에게 만루포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4점을 내줬다. 2사 후 실책이라 3점은 비자책점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7로 뒤진 8회 2사 2루에서도 실책으로 점수를 줬다. 박건우의 유격수 땅볼이었다. 바운드가 애매했고 타구가 빠르지 않아 대시하며 잡아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시 순간부터 무게중심이 높아 보였던 고메즈는 이를 그대로 뒤로 흘려버렸다. 그 사이 2루 주자 국해성이 3루를 돌아 홈을 밟았다.
까다로운 타구라 아웃시키지는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막기만 했어도 1,3루 상황에서 다시 승부를 걸 수 있었다. 2사 후 나온 두 개의 실책은 결국 SK의 3연승을 좌절시켰다. 김용희 SK 감독은 이 실책이 나온 뒤 고메즈를 교체했다. 사실상 문책성 교체였다. 팀이 이후 최승준의 솔로포, 9회 박정권 김강민의 적시타로 추격전을 벌인 것을 고려하면 더 뼈아팠다. 실책 두 개 중 하나만 없었어도 이날 경기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