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kt)의 유니폼에는 '캡틴'을 상징하는 'C'가 붙어 있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리더로서 역할과 책임을 가졌다는 의미다. 박경수가 25일 대구 삼성전서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7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한 박경수는 데뷔 첫 연타석 아치를 포함해 6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의 고감도 타격을 과시했다.
1-1로 맞선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경수는 좌중간 안타로 출루하며 4-1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3회 1루수 파울 플라이, 5회 2루 땅볼로 물러났던 박경수는 경기 후반 들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4-8로 뒤진 7회 2사 3루서 좌전 안타를 때려 유한준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박경수는 6-8로 뒤진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삼성 소방수 심창민의 3구째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 버렸다. 시즌 9호째. 이후 대타로 나선 유민상(삼진 아웃)과 김진곤(우익수 파울 플라이)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2사 주자없는 가운데 이대형이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했고 2루까지 훔쳤했다. 곧이어 오정복의 좌전 안타로 8-8 균형을 맞췄다.

8-8로 맞선 kt의 연장 10회초 공격. 선두 타자 이진영은 삼성의 7번째 투수 임대한과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얻었다. 박경수는 임대한의 2구째를 공략해 우중월 투런포(비거리 120m)로 연결시켰다. 시즌 10호째. 점수는 10-8.
기세오른 kt는 이해창의 중전 안타, 이대형의 좌전 안타로 만든 1사 1,2루서 오정복이 삼성 8번째 투수 권오준에게서 좌월 스리런(비거리 110m)을 빼앗으며 쐐기를 박았다. kt는 삼성을 13-8로 누르고 23일 잠실 두산전 이후 3연승의 휘파람을 불었다.
에피소드 하나.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박경수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정복과 약속한 게 있었다. 전날 본헤드 플레이를 범한 뒤 실의에 빠진 오정복을 위해 반드시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남아일언중천금'(남자는 약속한 한 마디의 말을 중히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라고 했던가. 박경수는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오정복과의 약속을 지켰다.
데뷔 첫 연타석 아치를 그린 박경수의 소감이 궁금했다. 그는 "데뷔 첫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것도 기쁘지만 우리 팀이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 더욱 기쁘다"고 팀 승리에 더 비중을 뒀다. 이어 "팀 타선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어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정복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박경수는 "해선 안될 실수를 한 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경기를 이겨야 오정복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기에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하나의 마음으로 집중했다"고 전했다.
"선수들을 믿고 후반에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찬스를 잘 살려줬다. 오늘 모든 선수들이 집중력을 갖고 좋은 경기를 해줬다". 조범현 감독 또한 선수들의 강한 뒷심 발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1승 이상의 의미가 담긴 귀중한 승리. 박경수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