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의 SK랩북] ‘빅보드 반년’ SK 상징으로 발돋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26 08: 41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 두산과의 경기를 앞두고는 이색 이벤트가 열렸다. 야구이긴 야구인데, 그라운드가 전광판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이날 SK는 주말 경기를 맞아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와 함께 ‘빅보드 게임’ 이벤트를 진행했다. 그간 잘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시도였다.
SK는 메릴 켈리,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가 대표 선수로 출전해 야구게임을 즐겼다. 사실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경기 시작까지는 팬들에게 대단히 지루한 시간이다. 경기장 혼잡에 대한 우려나 자리 확보를 위해 일찍 입장은 하는데, 그 사이 할 것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켈리와 니퍼트의 야구게임 대결에 양팀 팬들도 자연스레 편이 갈려 박수를 쳤다. 덕아웃의 선수들도 의자에 앉아 즐거운 표정으로 이 이벤트를 지켜봤다. 시간은 금세 20분이 지나갔다.
이번 이벤트를 준비한 SK 김재웅 매니저는 “5월 말 정도부터 업체와 접촉을 해 한 달 정도 준비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벤트의 시작은 엉뚱하게도 지금은 팀을 떠난 크리스 세든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세든은 세계 최대 크기의 야구장 전광판인 빅보드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이에 SK가 검토에 들어갔다. 민경삼 SK 단장이 직접 김태룡 두산 단장에 부탁해 외국인 선수 매치업을 만드는 등 공을 들였다. 팬들의 반응은 아주 좋았다. 구단과 업체에서도 큰 만족감을 보였다.

세든의 아이디어와 SK의 준비도 성공적인 진행에 지분을 차지했지만, 역시 이 모든 것이 팬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빅보드’의 공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 세계 야구장 최대 규모로 설치된 빅보드의 크기와 화질, 그리고 모바일 연동성을 극대화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날 관중들은 빅보드와 자신의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시켜 ‘승자 맞추기’ 이벤트에 참여하는 등 쌍방향 소통까지 즐겼다. 좋은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포장해 낼 수 있었던 것은 빅보드가 있기에 가능했다.
빅보드가 ‘세계 최대, 세계 최고’의 타이틀을 달고 팬들 앞에 선을 보인 지 이제 딱 반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놀라움의 대상이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나 볼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전광판이 한국에 들어온 것에 많은 팬들이 놀랐다. 처음으로 인천 원정에 온 타 구단 감독들의 첫 마디도 모두 빅보드의 크기였다고 하면 틀리지 않다. 이제 빅보드는 SK 팬들의 자부심으로 발돋움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SK는 빅보드 설치 당시부터 “크기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은 딱 한 달이다. 그 뒤로는 눈에 익는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 해야 지속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전사적인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까지 7명이었던 전광판 관리 인력을 배가 넘는 17명까지 늘렸고, 빅보드 운영을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프로그램 제작을 진두지휘할 담당 PD까지 새로 채용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서서히 틀이 잡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단에서 자체 제작,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점 영상들이 전광판을 통해 흘러 나가고 있다. 선수들의 인터뷰, 독창적인 경기 프리뷰, 4D캠을 통한 실시간 중계 등이 대표적이다. 블루투스 시스템을 이용, 구단 앱인 PLAY with(플레이 위드)로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팬들이 송출한 메시지가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경기 전에는 홈런 게임을 통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어마어마한 전광판이 자신과 함께 한다는 느낌은 경기 몰입도와 팀에 대한 애정을 높일 수 있다.
빅보드를 활용한 다양한 테마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관심있게 지켜본 팬들은 알 수 있겠지만 월별로 테마가 나뉜다. 5월은 가정, 6월은 제대로 미쳤다가 컨셉이었고, 7월에는 바캉스를 컨셉으로 잡아 그에 맞는 이벤트를 다양하게 준비할 예정이다. 
이에 맞게 실시한 이벤트도 큰 호응을 얻었다. SK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을 맞이해 경기 후 애니메이션 영화를 상영했다. 아이들을 동반한 적잖은 팬들이 경기 종료 후에도 경기장에 남아 빅보드로 영화를 지켜봤다. 이른바 빅보드 시네마다. 최근에는 빅보드를 통해 뮤지컬을 시연(뮤지컬 앳 더 볼파크)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많은 팬들이 경기장 그라운드에 앉아 편안하게 뮤지컬을 감상했다. 빅보드는 이른바 ‘탈야구장, 복합 문화공간 형성’이라는 SK의 장기적인 비전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SK다. 영화·뮤지컬·게임이라는, 지금까지 실시했던 3대 이벤트는 앞으로도 확대·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김재웅 매니저는 “여러 방면에서 준비하고 있다. 지나간 영화가 아니라, 개봉 전 영화를 빅보드에서 시사회 식으로 먼저 상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실시했던 실종아동찾기 프로젝트 등 사회공헌적인 활동도 빼놓지 않고 챙길 예정이다. 구매와 설치에만 70억 원이 든 빅보드지만, 이 정도면 그 어떤 FA보다도 확실한 몸값을 해내고 있는 듯하다. /SK 담당기자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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