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힘차게 출항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한축구협회는 27일 광화문 교보문고 빌딩에서 2016 리우올림픽 축구국가대표 최종 18인 명단을 발표했다. 신태용 감독은 와일드카드 석현준(25, 포르투), 손흥민(24, 토트넘), 장현수(25, 광저우 부리)가 포함된 18명의 최종명단을 차례로 발표했다.
▲ 와일드카드 3인방, 녹아들 시간이 부족하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력 보강을 위해 석현준과 손흥민을 뽑았다. 문제는 해외파인 두 선수가 팀에 제대로 녹아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태용 감독은 “올림픽 전 국내훈련은 못하게 됐다. 7월 14일 소집해서 1박 2일 소양교육과 행정절차를 마무리한다. 18일 바로 상파울루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해외파인 석현준은 포르투에서 프리시즌을 준비하다 19일 상파울루에서 합류한다. 오스트리아에서 뛰는 황희찬은 21일 브라질에 온다. 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은 24일 이라크와 비공개 경기를 하고 29일 스웨덴과 공개 경기를 한다. 석현준은 두 경기서 뛰면서 호흡을 맞춰볼 수 있다.

문제는 손흥민이다. 토트넘에 합류한 손흥민은 호주 멜버른에 캠프를 차린다. 현지에서 유벤투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평가전이 잡혀 있다. 손흥민은 두 경기를 소화한 뒤 30일 런던을 거쳐서 브라질에 입성한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8월 4일 피지와의 첫 경기서 손흥민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손흥민은 동료들과 손발을 단 한 번도 맞춰보지 못하고 곧바로 가장 중요한 8월 7일 독일전에 뛴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이 7월 30일에 도착한다. 손흥민은 멜버른에 있다 런던을 거쳐 오니까 시차가 한 시간 늘어난다.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다. 피지컬 코치와 상의했는데 8월 4일 피지전에 안 뛰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피지전에서 (손흥민을) 숨기고 7일 독일전에 올인한다. 분수령은 독일전이다. 피지를 잡고 독일과 부딪쳐 최소한 비겨야 마지막 멕시코전 준비할 때 예선 통과는 하지 않을까 한다”고 복안을 내놨다. ‘비밀무기’ 손흥민과 한 번도 맞춰보지 못한다는 것은 떨칠 수 없는 불안이다.
▲ 장현수, 수비불안의 구세주 될까?
신태용호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불안이다. 신 감독은 장현수와 홍정호를 와일드카드로 뽑으려 했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가 홍정호의 차출에 반대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공격수 석현준을 뽑은 것은 분명 이득이지만, 수비불안은 여전하다. 아무리 장현수가 멀티플레이어지만 혼자서 수비를 다할 수는 없다. 장현수가 어떤 포지션에서 뛰어야 할지 분명치 않다. 또 장현수가 후배들과 맞춰볼 시간도 부족하다.

장현수는 풀백과 스토퍼,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볼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하지만 수비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력이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신 감독은 “장현수는 멀티플레이어다. 수비는 조직력이 최우선이다. 장현수가 한두 자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동의했다.
▲ 양쪽윙백, 신태용 감독의 최대고민
이슬찬(전남)과 심상민(서울)을 비롯해 양쪽 풀백을 맡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다. 올림픽대표팀 멤버 중에서 그나마 두 선수는 신태용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떨어진 경기력을 단기간에 어떻게 끌어올릴지 고민이다.
신태용 감독은 “양쪽 풀백 선수들이 소속팀 경기를 많이 못 뛰어 걱정된다. 잘 훈련시켜서 심리적 부담을 덜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축구는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의 수확을 거뒀다.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박주영 등 국가대표팀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들이 대거 활약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올림픽대표팀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4년 전의 호성적은 압박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런던에 비하면 현저하게 선수들 네임밸류가 떨어진다. 당시에는 올림픽 팀이지만 국가대표가 가능한 선수가 반은 있었다. 현재는 대표팀에 왔다 갔다 하는 선수는 권창훈 한 명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런던보다는 부족하다. 그러나 무엇으로 메우느냐가 중요하다. 너무 실망하지 않고 믿어주길 바란다”며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지금 신태용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믿음’과 ‘신뢰’다. 젊은 선수들이 단기간에 똘똘 뭉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이미 18명이 확정된 만큼 이제는 신태용 감독의 역량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리우올림픽 축구대표팀]
공격수: 석현준, 황희찬, 손흥민
미드필더: 박용우, 이찬동, 이창민, 권창훈, 문창진, 류승우
수비수: 심상민, 송주훈, 장현수, 정승현, 최규백, 이슬찬, 박동진
골키퍼: 구성윤, 김동준 / jasonseo3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